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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고양이

수궁가에 토생원은 별주부에게 속아 수궁엘 따라 들어갔다가 구사일생 살아돌아와서 별주부를 놀리며 깝족대다가 사냥꾼이 놓은 올무에 걸리고 말았다. 절망에 빠져 신세 한탄을 하다가 지나가는 쉬파리떼를 만나자 점잖게 불러 통사정을 하며 자기몸에 쉬나 한번 쓸어달라고 애원한다. 지나가던 아이들이 토끼를 발견하고 환호하며 다가서서 요놈 가죽은 겨울목도리로 만들고 고기는 불에 구워 뜯어먹자며 좋아한다. 그런데 가까이 보니 쉬파리가 온몸에 쉬를 쓸어놓았고 토끼란 놈이 때마침 방귀를 뀌자 구린내가 진동하였다. 그 독한 냄새에 그만 올무에 걸린지가 오래되어 이미 썩었구나 하고 잡았던 토끼를 내던지고 말았다. 병든 고양이 한마리가 마당에 나타났어요. 자세히 보니 비썩 마른데다가 한쪽 눈에 쉬파리떼가 우글거리고 있어 너무도 ..

카테고리 없음 2021.09.17

포도밭

요로코롬 단잠을 자는 녀석을 깨웠다. 논농사의 벼 소출보다는 포도농사가 소득의 효율이 높다며 물길을 틀어막고 억지로 밭으로 변모한 질퍽했던 논에 포도넝쿨을 심었단다 몇년째 농활이라는 것이 초여름 곁가지 순지르기와 알솎기 종일 하늘을 올려보며 머리위로 뻗어 제멋대로 자라나는 넝쿨을 정리하다 보면 그야말로 목아지에 쥐난다 포도 따러 가잖다 몇사람 새벽에 출발 정오쯤 도착해 밭에 가보니 이미 먼저 온 사람들 끝물 수확이 한창이다 봉지를 열어보고 상태좋은 것은 골라 조심스레 전지하여 운반상자에 담고 농익어서 알맹이가 물러터진 날벌레가 들끓는 것은 사정없이 버리고 그나마 쓸만한 것은 따로 선별처리 점심을 건너 뛰어선지 잘 익은 포도알에 침이 꼴깍 한 알 따서 입에 넣는 순간 달콤한 향이 혀끝에 스쳐 주인장 허락하..

카테고리 없음 2021.09.06

희망다방

70년대 말쯤 시장통 약간 벗어난 곳에 희망 다방이 문을 열었다. 이삼년이 지날 즈음 다방 주인이라는 남자를 알게 되었다. 오동통한게 떼놈을 닮았다며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다방 마담은 인텔리에 미모 또한 출중하다고 소문이 나서인지 점점 단골손님들이 꾸준히 늘어 시골마을이지만 장사가 잘 되었다. 수완 좋은 마담은 예쁘장한 종업원을 수시로 채용하며 자주 바꾸었다. 그래서인지 외출 나온 젊은 군인들의 아지트가 되기도 하였는데 하여튼 사시사철 활기찬 분위기로 인근에 있는 다방들의 질시를 사기도 했다. 소문은 소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못생긴 남자 사장과 예쁜 마담은 부부라는 것이었다. 한동안 반신반의 했지만 사실로 드러나며 소문은 불식되고 어느덧 윤리 전통의 가치관이 이들의 묘한 조합을 수다의 장으로 만들었다...

카테고리 없음 2021.09.02

외대역을 지나며

거대한 택지면적이 확보되었다. 본래 붉은 벽돌 2층 주택이 빼곡했던 곳인데 재개발의 여파로 일시에 철거되어 저 광활한 면적이 쌩으로 생겼다. 순전히 우리집 마나님 때문에 해마다 몇 차례씩 벽돌집 골목을 살피게 되었고 단독주택 밀집지역의 정감어린 골목에 산재한 잡다한 삶의 흔적을 때때로 보았다. 당시 골목을 오가던 활기찬 주민들의 모습은 재개발의 찬반여론으로 불신이 팽배해지는가 싶더니 찬반의 골이 깊어지자 화기가 돌던 주민들의 안면은 싸늘하게 변하고 급기야 대기업의 물량공세에 밀려 재개발이 결정되자 첨예했던 갈등은 그야말로 희비가 엇갈렸지만 철거보상이 완료된 집부터 하나 둘씩집을 비우기 시작하여 불과 일 이년 사이에 이사짐 쓰레기가 골목을 메우면서 사람의 발길이 뜸하다가 세입자 몇가구가 강제로 쫓겨나기가 ..

카테고리 없음 2021.08.23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돈조반니

역시 파격적인 연출이다. 성당내부의 철거공사가 실감있게 진행되고 벌거벗은 나체의 여성이 무대를 가로지르며 오페라는 시작된다. 돈나안나를 야밤에 몰래 덮치려다 발각되어 그녀의 아버지 기사장을 살해하고 쫓기면서 하인인 레포렐로와 또 다른 여성을 유혹하려는데 3년전에 버리고 도망쳐나온후 잊혀졌던 엘비라를 만난다. 엘비라는 오직 돈조반니를 찾아 3년동안 이 도시 저 도시를 헤메고 다니다가 극적으로 상봉하게 된 것이다. 엘비라를 따돌린 돈조반니는 체를리나를 유혹하고 또 엘비라의 방해로 실패하자 파티를 크게 열어 다른 여성을 물색한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안나는 범인을 끝까지 추적하고 그 범인이 돈조반니라는 걸 알고 기함한다. 아슬아슬하게 쫓기면서도 엘비라의 하녀에게 눈독을 드리고...... 결국 기사장의 망령이..

카테고리 없음 2021.08.22

판갈이

비가 오려나보다. 등줄기가 땡긴다. 몹시 불편한게 폭우라도 쏟아질 기세다. 늙은이들의 푸념을 이제 내가 하고 있네? 하루종일 大學을 들여다보며 전국시대의 정치상황을 그려본다. 그야말로 배포에 私利私慾만 가득한 자들이 서로 왕이 되겠다고 설쳐댄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요즘 상황과 똑같다. 세종은 孟子와 大學을 꼼꼼히 읽었나보다. 백성의 불편함을 세심하게 살펴 급기야 아무도 모르게 홀로 한글을 창제하였다니 말이다. 개명한 사회 오늘날의 정치는 저 세종시대의 정치보다도 못한 모양이다. 백성의 불편함이 무엇인지 도통 알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모르쇠로 일관하는 건지 꼴뚜기 대신 망둥이들이 꼴값하는 꼴이다. 지금이라도 대학을 일독하시기를, 그래서 진정 백성들의 불편함이 무엇인지 살펴주시기를, 북한을 넘어 간도 연해..

카테고리 없음 2021.08.20

조선시대유적 발굴현장

15세기 조선의 초기유적부터 최근의 유적까지 발굴하는 현장을 볼 수 있었습니다. 조선시대 도매상가가 들어선 곳이고 각종 공방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군요. 임진왜란때 도성이 불타버렸다고 하는데 그 흔적이 비교적 두터운 층으로 남아있어 화마에 휩싸인 당시의 참상을 짐작해 보기도 했습니다. 조선이 개국하고 한양에 도읍을 정한후로 지금까지 청계천변의 주거지 매몰이 약 4m 정도에 이른다며 그 층차를 단면으로 보여줍니다. 대략 100년의 세월동안에 생활 쓰레기와 홍수로 인한 퇴적물로 1m씩 지표가 높아진 것이지요. 우연한 기회에 발굴현장을 볼 수 있어서 아주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1.08.16

도록을 살피다가

동양화의 변천이 근현대에 와서 매우 화려하게 표현되기도 하였다. 중국의 대표적인 화가의 한사람으로 오관중의 도록에 실린 나부의 모습인데 이 그림은 전통적인 화법에 있어 동서양의 특이점의 차이를 모르겠다. 그림은 느낌이 중요하다는 말도 있어 비록 도록에 실린 그림이지만 화가의 의중을 살피며 한점 한점 세필과 거친붓의 자취를 느리게 보았다. 페이지를 한참 넘기던 중 나부의 그림이 있어 달랑 그것만을 여기에 사진으로 옮겼다. 역시 사람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 가장 아름답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더위는 언제 꺾이려나.

카테고리 없음 2021.08.01

킹크랩

호주산이랍니다. 값은 한마리가 무려 40만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어물시장에서 즉석찜으로 아이스박스에 넣어 왔는데 대여섯 사람이 배불리 먹었지요. 얼마나 맛이있던지 체면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게걸스레 먹었어요. 킹크랩으로 배를 꽉채워서인지 더위마져 물러간 듯합니다. 먹는 것만으로도 피서가 된다는 것을 알았네요. 크기가 장난이 아니어서 다리 두개를 먹으니 배가 불러요. 알집도 어른 주먹만한게 들어있어요. 오늘은 오로지 먹는 것으로 더위를 이겼습니다. 무조건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1.07.28

100년 촛불

절반정도 읽었다. 우리역사의 근현대사를 동학을 근원으로 삼아 기술하였다는 점이 이채롭다. 동경대전을 읽으며 심취했던 최수운이 펼친 우리민족의 심오한 동학사상에 경도되어 그 여정의 미로를 미쳐 헤어나오지못한 상태에서 접한 100년 촛불의 의미는 거대한 민족자존의 봉기인 3.1독립민중혁명을 필두로 치열한 민족독립운동의 전말을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눈물겹게 재구성했기에 감동의 드라마처럼 다가왔다. 소문으로만 알게 되었던 손병희의 굴곡진 삶의 진실을 비로서 알게 되었고 종교로서의 동학의 실체를 보았고 민족지도자들의 고난의 행로를 애처롭고 안타깝게 따라가며 갑오민중혁명이후 민중에 스며든 수운의 사상이 우리 근현대사에 끼친 진정한 가치를 깨달았다. 우리는 왜 끊임없이 촛불을 들어야하는가에 대한 물음의 근원이 사람..

카테고리 없음 2021.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