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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고양이

jaye syo 2021. 9. 17. 23:57

수궁가에 토생원은 별주부에게 속아

수궁엘 따라 들어갔다가 구사일생 살아돌아와서

별주부를 놀리며 깝족대다가

사냥꾼이 놓은 올무에 걸리고 말았다.

 

절망에 빠져 신세 한탄을 하다가

지나가는 쉬파리떼를 만나자 점잖게 불러

통사정을 하며 자기몸에

쉬나 한번 쓸어달라고 애원한다.

 

지나가던 아이들이 토끼를 발견하고

환호하며 다가서서

요놈 가죽은 겨울목도리로 만들고

고기는 불에 구워 뜯어먹자며 좋아한다.

 

그런데 가까이 보니

쉬파리가 온몸에 쉬를 쓸어놓았고

토끼란 놈이 때마침 방귀를 뀌자

구린내가 진동하였다.

 

그 독한 냄새에 그만

올무에 걸린지가 오래되어

이미 썩었구나 하고

잡았던 토끼를 내던지고 말았다.

 

병든 고양이 한마리가 마당에 나타났어요.

자세히 보니 비썩 마른데다가 한쪽 눈에 쉬파리떼가 우글거리고 있어

너무도 측은하여 파리떼를 쫓아내고 다시 살폈지요.

눈가에 쉬를 쓸어 파리알이 가득 붙어있네요.

 

수궁가의 쉬파리떼 이야기가 황당하다고 여겼는데

살아있는 고양이에게 쉬를 쓸어놓은 것을 보고

우리 선조들의 골계문학이 보통 수준이 아니란걸 새삼 깨닫습니다.

 

저 파리알을 떼어주느라고 아주 애를 먹었지요.

우유를 조금 주었더니 너무 힘이 없어 먹질 못해

코끝에 살짝 묻혀 일단 맛을 보이니까

얼마나 굶주렸던지 허겁지겁 먹기 시작합니다.

오 불쌍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