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슬한 가을바람에 나뭇잎이 말라 떨어지니 숨어있던 것들이 드러났어요. 옻나무줄기를 타고 오른 참외넝쿨에 달려있는 가을 참외. 자연의 숨바꼭질에 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눈을 확인한 사건. 호박은 더 황당했어요. 엊그제 무성한 호박넝쿨을 따라 살피다가애호박 한 개를 따고 흡족한 기분에 취해 초보 도시농부는 기지개를 켰지요. 그런데 어제 동두천 형님은 숨어있는 애호박 4개와 노랗게 잘 여문 늙은 호박 한 개를 찾아내더군요. 내 눈에는 "왜 안 보이냐" 했더니 형님은 "그냥 설렁설렁 지나가니까 그렇지" 합니다. 자격미달이 확실합니다. 잘 익은 노란 호박이 총 7개가 나타났지요. 호박 부자가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