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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순

여린 나무순을 내밀며 하얀 진액을 보여주면서 옻순이란다. 살짝 데쳐 두 개씩만 먹어보잖다. 처음 먹는 것이지만 그 맛이 묘하게 끌린다. 나물 중에 가장 고급진 나물이라며 차려놓은 산나물밥상을 배불리 먹은 터라 옻순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었다. 똥구멍이 간질거릴 거란다. 많이 먹으면 옻이 심하게 탈지 모르니까 딱 두 순씩만 먹자는 말에 한 개 정도 더 먹는다고 별 탈이야 없겠지 싶어 세 개를 먹은 것이 원인인지도 모르겠는데 새끼손가락이 간질거리더니 손목 쪽으로 옮겨가다가 느닷없이 불알이 간질거리며 부풀어 오른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약을 처방받아먹어야 되는 것인지 갈피를 못 잡겠다. 산에 가면 옻나무 조심하라고 어릴 때 어른들은 당부하곤 했는데 나물 욕심에 잠시 간과한 것 같다. 나물에 대한 해박한 ..

카테고리 없음 2023.05.02

전곡역

오월은 전국이 축제로 가득한 달 전곡리 구석기축제는 어린이날을 전후로 성대하게 펼쳐진다. 1호선 전철이 소요산역에서 연천역까지 확대된단다. 이미 전곡리는 선사유적지로 국제적인 명소가 되었고 언제 개통될지 모르는 전곡역은 돌도끼 모양의 구석기유물을 본떠지었나 보다. 울퉁불퉁 아직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 우리 산에서 약간의 산나물을 뜯어왔다. 향에 취할 정도로 풋내음이 짙다. 봄엔 만산에 보약이 가득하다더니 서울에 사시는 노인들은 남녀불문 무료전철을 타고 와서 온산을 휘젓고 다니며 닥치는 대로 뜯어간다.

카테고리 없음 2023.04.26

가마우지 알 ???

감기가 독하다. 동내 의원에 가서 주사를 한방맞고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오전 내내 몽롱한체 쉬고 있다가 오후 늦게 망월사역 쪽을 향해 심기일전의 요량으로 중랑천변을 거슬러 천천히 걸었다. 친구의 딸이 결혼을 한단다. 그만 감기 때문에 참석은 못하겠고 축의금이라도 보낼 량으로 은행을 찾아 나설 겸해서 나왔으니 망월사역까지는 갔다 와야겠다 싶어 아주 천천히 걸었다. 어떤 녀석인지 나빠진 노안으로도 발견되도록 거침없이 알을 낳아놓았다. 바로 아래 가마우지란 놈이 물고기 사냥에 여념이 없더니만 유추해 보건대 청둥오리가 아니면 저 녀석이 틀림없겠다. 가끔 일부러 찾아가는 소머리국밥집에서 국밥 한 그릇 요기하고 근처 신한대학 경내에 들어가 금융기기를 이용하여 송금하고 오던 길을 천천히 걷고 또 걸어 알이 무사한가..

카테고리 없음 2023.04.21

고양생화枯楊生華

주역 大過卦를 지나고 있어요. 효사 九二에 故楊生제(한자 없음)라는 표현이 있어 방통대를 지나며 말라죽은 커다란 오동나무 그루터기에서 자라난 연약한 가지에 핀 꽃을 보고 주역을 만든 옛사람들의 기지에 탄복을 하였지요. 이미 말라버린 고목에서 새순이 돋아나는 모습이라는군요. 그리고 늙은 사내가 어린 여자를 부인으로 맞이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효사 九五에는 고양생화枯楊生華라고 했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늙은 여자가 젊은 사내를 맞이하는 것이라고 해요. 그래서 바싹 마른 고목에서 꽃이 피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해마다 잎이 무성할 때 꽃이 핀 것을 본 것 같은데 올봄엔 잎보다도 꽃이 먼저 피어 괴이한 생각마저 듭니다. 주역 효사의 내용과 너무 흡사하여 .......

카테고리 없음 2023.04.14

위장

토종 개구리의 위장술이 경이롭다. 하두 오랜만에 봐서인지 토종인지 외래종인지조차 모르겠다. 작금의 사태가 마치 일제강점기에서 해방이 된 날부터 지금까지 잔존하던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세력들이 이렇게 개구리처럼 감쪽같이 숨어있다가 윤석렬이 집권하기가 무섭게 표면에 튀어나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활개치고 있는 듯하다. 첫 손님 개구리가 어찌나 반가운지...... 독립운동을 새롭게 전개해야하는 것인지...... 소식도 없고......

카테고리 없음 2023.04.12

배만 나온다

다들 나이배라고 말한다. 또 주장하길 늙어감에 나오는 자연스러움이라고도 하더라. 20대 전후 대략 27쯤으로 시작하여 중년엔 평균 32로 유지되었는데 노년에 접어들어 33으로 배가 뽈록해졌다. 아랫배의 모양새가 여간 볼품없어 욕탕 거울을 볼 때마다 은근히 짜증 난다. 도봉공원 둘레에 명자꽃이 화들짝 피었다. 속마음 가득 사모하면서도 요즘을 젊게 사는 이들의 그 흔하디 흔한 "사랑한다"는 고백을 차마 말로 전하지 못하고 이 화사한 봄날 속앓이만 하고 있다. 일본은 고종을 둘러싼 부패 관료들에게 거액의 돈을 주고 친일에 앞장서게 하였다. 그로 인해 대한제국은 폭싹 망하고 36년간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 설마 또다시 일본이 윤석열을 둘러싼 부패 관료에게 거액의 돈을 뿌린 것은 아닐까? 하는 짓거리가 일본인보..

카테고리 없음 2023.04.09

북방의 겨울

휴전선 부근의 도로는 온통 분칠이 되어있었다. 연이은 한파로 쌓인 눈이 뭉쳤었나 보다. 눈녹이는 화공소금을 얼마나 뿌려댔는지 대형 덤프트럭이 쌩쌩 달리기라도 하면 하얀 가루가 뽀얗게 안개처럼 퍼진다. 북방의 도로는 대로 소로 할 것 없이 하얗다. 한탄강 임진강은 눈에 덮여 흡사 거대한 백사가 꿈틀대는 듯하다. 만주 청나라 철기병은 꽁꽁 언 강을 달려 건넜다지? 큰소리만 칠 줄 알았던 인조는 그래서 천추에 씻을 수없는 치욕을 당했다지? 꼬맹이 물정 모를 적에 손발에 동상을 달고 지냈는데 아무리 기상이변이라지만 이제 그 엄혹한 추위는 자취를 감추었다. 때문에 이상한 독감은 거듭 기승을 부리는지도 모르겠다. -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 - 우리 속담은 아픈 가슴을 달래주려는 애틋함이 서려있는데.... "이미 골..

카테고리 없음 2022.12.30

일꾼의 ...

12월 초순 김장을 했지요. 변강쇠 닮은 젊은 총각이 김장을 돕겠다고 나타났습니다. 영하의 날씨에 흙투성이 무를 씻어야 하는데 마침 잘 되었다며 밖에 있는 수도를 녹여 돕도록 하였지요. 아 그런데 맑은 물에 담긴 무의 모습이 묘합니다. "총각이 무를 빡빡 문질러 잘 씻더라니.... 그래서인가 꼿꼿하게 섰네?" 올해의 김장은 힘들었어요. 작년에 비해 지원군이 부족하고 그나마 나이 드신 분들이 주도하여 겨우 마쳤습니다. 샛별 같은 젊은 총각은 힘든 일을 도맡아 손발이 척척 맞게 힘이 되어주었지요. 그대는 내게 특별한 사람입니다. 기쁨을 안겨주는 유일한 사람이에요. 청춘의 의미를 늘 일깨워주기도 하고 그 모습 생각만으로도 미소가 떠올라요. 아주 특별합니다. 올해도 다 지나가네요. 내내 무탈하시기 바랍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2.12.28

마늘

드디어 시작된 김장의 서막입니다. 마늘을 까라는군요. 물에 담그지 말고 마른 채로 까라고 합니다. 명령에 복종해야 뒤따르는 잔소리를 줄일 수 있어요. 겉껍질은 그런대로 잘 벗겨지는데 투명에 가까운 속껍질은 얄미울 정도로 까다로워요. 곰과 호랑이가 인간이 되겠다고 했을 때 어두운 굴속에 들어가 쑥과 마늘만으로 백일을 버티면 된다는 말에 곰과 호랑이는 결연한 의지로 백일기도를 시작하였지만 호랑이는 불과 열흘만에 포기하고 곰만이 백일을 버텨내 인간이 되었다는 설화는 우리 시조 신화의 바탕이지요. 지조가 대단한 요조숙녀의 모습과도 같은 마늘이 있는가 하면 헤퍼도 너무 헤픈 여인과 같은 마늘도 있군요. 껍질이 하얀 속살에 딱 달라붙어 요리조리 굴려가며 어렵게 벗기기도 하고 어떤 것은 마늘쪽을 쪼개는 과정에서 저절..

카테고리 없음 2022.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