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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내린 날

날이 좋았던 어제 감악산 친구는 닭을 또 잡을 거라며 일요일 아침 일찍 오라고 전화를 했지요. 오늘 아침 창밖을 보니 눈발이 날리고 있어요. 전화벨이 울립니다. 감악산은 눈이오면 매우 위험하니 다시 날을 잡아 알리겠다고. 참 친절한 알림입니다. 아파트 단지는 또 눈의 나라가 되었더군요. 모든 분들이 방콕 방콕하시는데 내 친구처럼 시골닭을 잡아 동네사람들과 예쁜과부타령을 하면서 웃음을 나누는 상상으로 답답함을 풀어보시기 바랍니다. 긴 겨울밤의 시작입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0.12.13

일용할 양식

오늘은 참 이상한 날입니다. 동두천과 연천의 경계에서부터 짙은 안개가 시작하여 산 아래 그늘이 드리운 곳엔 서리꽃이 하얗게 피었습니다. 시골 친구와 오랜만에 만남이 있는 날이지요. 어제 약속을 아침나절에 가겠다고 했는데 오전 10경에나 도착하여 보니 어디론가 출타를 한 모양입니다. 문이 단단히 걸려있으니까요. 하나로 마트에 들러 간단한 선물을 준비해야 했어요. 너무 오랜 방문이었으니 의당 오가는 정이 필요하다고 무의식의 내면에서 길라잡이를 한 것이지요. 어떤 사람이 시골 묘역에 허락도 없이 새로 길을 낸 것이 몹시 걸립니다. 그래서 그곳에 사는 친구에게 좋은 방도의 조언을 구해볼까 요청을 했지요. 미안했던지 먼저 산소에 가있으면 곧 오겠답니다. 현장답사를 한 친구는 당장 측량을 해서 담장을 치라는군요. ..

카테고리 없음 2020.12.13

가을 무우

오랜만에 만나는 회원 한분은 환하게 웃으시며 입담에는 자신있다고 멋쩍은 듯 과시합니다. 김장을 하려고 무우를 씻는데 커다란 고무다라에서 깨끗하게 수세미로 문질러 맑은 물이 가득한 또다른 고무다라에 던져놓았다나요? 그런데 중년쯤되는 예쁜 아낙이 보더니 어머 무우가 어쩜 저렇게 예뻐요? 올해 도착한 무우는 이상하리만치 못생겼다며 좀 예쁜 무우를 가져다주지 이딴걸 보냈다냐 그러면서 찬물에 무우를 씻었대요. 그러다가 예쁜 아낙이 무우가 예쁘다고 감탄하는 바람에 맑은 물통의 무우를 보니 하얀뿌리부분은 아래로 가라앉고 푸른 머리부분은 위로 떠서 그 못생긴 무우가 마치 서있는 것처럼 수직으로 서있더라나요? 입담좋은 사람의 말은 연상작용으로 돌연 환치됩니다. - 그 아낙 남편이 밤일이 좀 부실했나봐. - 그래서 꼿꼿하..

카테고리 없음 2020.12.09

공염불

어제 도니제티의 돈 파스콸레를 감상하는데 마지막 노리나의 노래는 쓸쓸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노인은 결혼하는게 아니란다. 노인이 젊은 여자와 결혼하면 불행하단다. 젊은 날의 환상을 그려보지만 공염불이란다. 역시 젊음은 끼리끼리 죽이맞는다. 과욕은 노인의 인생에서 놓치기 아까운 마지막 유혹인지도 모른다. 오늘은 베르디의 리골레토를 감상하였는데 질다를 유혹하는 만토바공작은 화려한 말솜씨로 어리고 순결한 마음을 한껏 흔들어 놓는다. 사랑을 찬양하면서 사랑은 인생의 지고한 그 무엇보다도 위대하단다. 사랑은 권력도 무릎을 꿇린다고 노래한다. 일단 여자를 취하고 나면 헌신짝처럼 버리고 외면하면서 사랑을 얻기위해서는 온갖 사탕발림을 서슴치않는다. 감악산 친구는 오늘도 예쁜과부를 그리고 있을까? 녀석의 농담은 멀고 ..

카테고리 없음 2020.12.06

소소한 잔치

닭잡는 날 감악산 친구는 닭을 잡을 거란다 바람이 몹시 차가운데 오전의 쨍한 햇살은 그나마 온기를 전한다 야외 난로에 불을 지피고 커다란 솥에 물을 데우고 닭장에 가두어 놓은 닭을 서너마리 골라 목을 따더니 넓은 밭 가운데로 휙 던져놓는다 닭털을 뽑고 오가피나무 업나무를 같이 솥에 넣고 푹 고아내더니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 이웃을 부른다 한마리는 예쁜과부몫이라나 녀석 얼마나 예쁜과부길래 속으로 웃어 넘긴다 이제는 궁금치도 않다 녀석은 마냥 실실 웃는다 해가 기울도록 먹고 마셨다 웃고 떠들면서

카테고리 없음 2020.11.29

미군의 비상식량

미군부대에서 유출된 비상식량이란다. 아마도 통밀을 껍질째 갈아서 만든 빵인가보다. 한 개는 빵이고 두 개는 소고기를 주원료로 만든 것인데 아직 내용물을 확인 못하였다. 빵도 단맛이 강한데 곁들여 나온 하얀크림같은 것을 맛을 보니 엄청 달다. 포천 변두리 시골의 편의점에서 우연히 발견하여 옛생각이 나서 무작정 샀다. 그 옛날 미군들이 훈련을 나왔다가 흘리고 간 그들의 비상식량. 은근히 향수를 부른다.

카테고리 없음 2020.11.24

딱새?

시골에 잠시 차를 세워두었는데 요 예쁜녀석이 자동차 안으로 들어와서는 출구를 찾지못해 안달이 났어요. 양쪽문을 활짝 열었는데도 못나와서 할수없이 손으로 잡아 밖으로 나왔습니다. 잠시 얌전하게 모델 노릇을 해주더니 한순간 꽁지가 빠지게 달아났지요. 그대가 있음으로 위안이 되고 위로가 되고 아무말 없어도 그냥 즐겁고 편안하고 그냥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카테고리 없음 2020.11.18

뒷모습이 예쁜 사람

언제부터인가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그 사람의 진가가 보인다는 성찰을 얻었습니다. 앞면의 아름다움은 얼마든지 꾸밀 수 있지만 뒷모습의 꾸밈은 애시당초 불가하지요. 자신에게 오로지 충실한 삶을 영위해야만 그 사람의 진정한 자취를 볼 수 있을 거예요. 앞모습은 당당하지만 뒷모습이 허접한 사람. 앞은 화려한데 뒷태는쓸쓸한 사람. 반대로 앞모습은 별볼일없이 수수한 반면 뒷모습이 당당한 사람. 앞에서 보면 추한듯한데 뒤에서 보면 아름다운 사람. 너무 많은 모습의 양상이 있으나 뒷모습이 아름답게 보이는 사람은 참 드물어요. 하늘님 내친구의 뒷모습이 아름답도록 이끌어 주세요. 삶이 건강하도록 세심하게 지도해주세요.

카테고리 없음 2020.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