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4일 토요일 오후 3시 완창판소리 김영자의 심청가 어렵게 티켓을 구입하여 전철을 타고 동대입구역에서 내려 장충단공원을 질러 남산을 오르는 대략 300계단을 한발 한발 디디며 가을의 초입에 든 초목의 천천히 늙어가는 모습 사이로 또한 늙어가는 몸을 느리게 움직이여 숨을 고른다. 김영자 명창은 달관의 경지에 일찌기 이르렀다. 네 시간 반이 넘도록 명창의 소리는 완급의 조화를 절묘하게 전개하며 객석을 꽉메운 귀명창들을 감동시켰다. 아쉬운 점이 없으랴마는 김영자 명창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깜빡 헷갈리는 가사를 객석에 앉은 제자들이 귀뜸해주는 배려가 가상하기도 하다. 젊은 날의 총명한 소리가 그립다. 심청가를 깊이 감상한 기분좋은날. 김청만 고수의 북이 여운을 더 길게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