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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자 명창

10월 24일 토요일 오후 3시 완창판소리 김영자의 심청가 어렵게 티켓을 구입하여 전철을 타고 동대입구역에서 내려 장충단공원을 질러 남산을 오르는 대략 300계단을 한발 한발 디디며 가을의 초입에 든 초목의 천천히 늙어가는 모습 사이로 또한 늙어가는 몸을 느리게 움직이여 숨을 고른다. 김영자 명창은 달관의 경지에 일찌기 이르렀다. 네 시간 반이 넘도록 명창의 소리는 완급의 조화를 절묘하게 전개하며 객석을 꽉메운 귀명창들을 감동시켰다. 아쉬운 점이 없으랴마는 김영자 명창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깜빡 헷갈리는 가사를 객석에 앉은 제자들이 귀뜸해주는 배려가 가상하기도 하다. 젊은 날의 총명한 소리가 그립다. 심청가를 깊이 감상한 기분좋은날. 김청만 고수의 북이 여운을 더 길게 새긴다.

카테고리 없음 2020.10.26

새벽잠

새벽잠이 없어졌어요. 몸과 마음이 다 쇠했나 봐요. 멀리 계신 님이 더 보고싶어 지네요. 손녀가 오페라 무대에 선다고 해서 롯데콘서트홀에 갔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출난 면들이 참 많습니다. 기악은 물론이고 성악에서도 그 기량이 유감없이 발휘되는군요. 투란도트는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거예요. 공연이 끝나고 저녁을 먹는 중에 손녀의 질문이 시작되었는데 아이들의 역활이라는 것이 오페라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무대에서의 단순한 행동만을 연습시켜 출연하게 하는가 봅니다. "내용이 뭐예요?" "무슨 내용? 투란도트 내용?" "예" "..........." 손녀에게 오페라 한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지요. 중간 중간에 납득이 안되는 부분은 다시 묻기도 하고 아무런 표정없이 다 듣고나서 이제야 알겠다는 ..

카테고리 없음 2020.10.04

안드레아 세니에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오페라 안드레아 세니에 그들이 어머니를 죽였어요 내방으로 들어오는 복도에서 나를 구하려다가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죽음의 그날 밤 나는 베르시와 도망치다가 어둠을 밝히며 치솟는 불길을 보았어요 아 어린 시절 보냈던 그 집이 불타고 있었어요 나는 홀로 되었고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죠 굶주리고 궁핍해지고 위험에 빠지고 결국 병이 나고 말았죠 착하고 순수한 베르시가 나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아름다운 몸을 팔게 되었죠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불행만 가져다줄 뿐이에요 그러한 바닥 없는 비참함 속에서 사랑이 내게 찾아왔어요 달콤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내게 속삭였죠 "살아남으시오 나는 삶 그 자체요 내 눈 속에서 당신은 천국을 발견할 거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오 내가 당신의 눈물을 닦아주겠소 ..

카테고리 없음 2020.09.30

용감한 놈 비겁한 놈 못난 놈

며칠전 평소 좋아하던 엔니오 모리코네가 귀천하였다는 소식이있었다. 그의 음악에 혼을 빼앗길만큼 심취했던 기억이 스치운다. 영화를 거의 광적으로 보았던 때 "좋은 놈 나쁜놈 치사한 놈"이란 서부영화에서 오묘한 선율로 흐르던 그의 영화음악은 신선한 영감으로 내 가슴에 스며들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속보가 들썩인다. 소문에 비서로 있었던 여성이 박시장께서 지속적으로 성추문을 했다며 고소장을 냈단다. "박원순과 도올, 국가를 말하다"라는 책에서 그의 국가관과 통치철학을 엿보고 과연 책임의식이 투철한 미래의 지도자깜으로 손색이 없다고 여겼는데 막중한 서울시의 수장으로서 자살이라는 비겁하고 무책임한 행동을 함에 매우 놀랐다.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의 업적에 관해 아주 후하게 공을 칭..

진실게임 2020.07.11

과도한 노출

7호선 출발역에서 편히 앉아 지긋이 눈을 감고 생각을 다 내려놓은 체 나름의 리듬에 흔들리는 몸둥이를 가까스로 세우지만 붐비기 일쑤인 수도권전철 옆사람과의 미세한 마찰은 하나의 또 다른 잡념의 실마리가 된다. 건대입구를 지나 한강이 보이기 시작하면 강변 장대한 풍경을 보려 눈을 번쩍 떠 순간 강물의 넘실거림이 아니라 오목한 배꼽이 눈앞에 있네? 길고 통통한 희멀건 허벅지를 과시하려 아주 짧은 바지를 입고 딱 달라붙는 역시 짧은 윗옷을 입어 그 사이로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좋을지 모를 후리미끈한 젊은 여자의 미묘한 배꼽이 삐져나온 것이다. 보기에 싱그럽고 예쁘기 그지없는 저 처자는 누구나 꼭 써야만하는 마스크까지 벗고 얼굴에 열심히 분칠하고 고도의 집중력으로 눈에 그림을 그리네? 저렇게 살색이 고운데 뭔 ..

카테고리 없음 2020.07.01

오래된 급변

예기치 못하게 우환이 생겨 삶의 질이 잠시 뒤죽박죽 뒤엉켜 버렸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감감한 궁금증을 켜켜히 중첩시키면서도 내내 편안하고 건강하게 지극히 사랑하는 아들들을 보살피며 잘 살고 있겠지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오래전 박근혜를 심하게 성토하는 나를 크게 나무라더니 그날부터 정희와는 소통두절이 되었다. 씩씩하고 활달한 모습만을 보았는데 며칠전 그의 아들로부터 2013년 12월 28일 소천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무심하여 그의 명복을 빌어주지도 못하였음이 못내 아쉬워 가슴은 커다란 바위에 눌린듯 먹먹함으로 가득하다. 하늘은 왜 그를 급히 불렀을까? 꿈을 너무도 실감나게 꾸었나보다. 그가 하늘의 부름을 받기 며칠전 꿈에 그를 보았는지 걱정을 하며 그 소회를 기록해놓은 것이 있네? 지금은 전혀 ..

카테고리 없음 2020.06.14

삼성당

내가 살던 옛 시골마을은 주변의 작은 마을체의 중심을 이루는 곳이라서 상권이 제법 성행하여 중앙통에는 도시의 냄새를 풍기기도 하였다. 금은방을 운영하던 젊은 과부 채씨는 수완이 좋아서 인근의 혼인예물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맡아 소위 말하는 유한마담의 풍모를 지니게 되었다. 단골손님관리를 어찌나 철두철미하게 관리를 하던지 그녀의 가게 삼성당에 한번이라도 발을 들이면 반드시 고정손님으로 만들고야 만다. 그러다보니 아쉽게도 자녀교육은 뒷전이 되고 어떡하든 악착같이 돈을 더 많이 벌어야 나중에 아이들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애들이 원하는 대로 무조건 돈으로 해결해주면 되는 줄 알았다. 그것이 애들을 행복하게 키우는 최고의 선善인줄로만 여겼다. 아니 하루종일 손님들의 비위를 맞..

진실게임 2020.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