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참 이상한 날입니다.
동두천과 연천의 경계에서부터 짙은 안개가 시작하여
산 아래 그늘이 드리운 곳엔 서리꽃이 하얗게 피었습니다.
시골 친구와 오랜만에 만남이 있는 날이지요.
어제 약속을 아침나절에 가겠다고 했는데
오전 10경에나 도착하여 보니 어디론가 출타를 한 모양입니다.
문이 단단히 걸려있으니까요.
하나로 마트에 들러 간단한 선물을 준비해야 했어요.
너무 오랜 방문이었으니 의당 오가는 정이 필요하다고 무의식의 내면에서 길라잡이를 한 것이지요.
어떤 사람이 시골 묘역에 허락도 없이 새로 길을 낸 것이 몹시 걸립니다.
그래서 그곳에 사는 친구에게 좋은 방도의 조언을 구해볼까 요청을 했지요.
미안했던지 먼저 산소에 가있으면 곧 오겠답니다.
현장답사를 한 친구는 당장 측량을 해서 담장을 치라는군요.
일이야 실로 잠깐만에 다 마쳤습니다.
언땅을 어렵게 파내어 침엽수 한그루 심어놓고
약간의 마씨와 더덕씨앗 그리고 마로니에열매 네알을 흩뿌렸어요.
친구는 궂이 점심을 먹고 가라고 붙드는군요.
귀갓길 시골마을 도로변에서 급히 차를 세우라고 손을 흔듭니다.
읍내까지만 태워달라는 부탁입니다.
평소에 절대로 모르는 사람을 태우지 않는데
얼마나 절실하면 바이러스로 거리를 두는 처지임에도 차를 세울까하여 일단 태웠지요.
시간약속을 하였다며 직전버스를 놓쳤다고 하소연합니다.
시골의 대중교통은 아주 뜸하거든요.
- 어디까지 가세요?
- 도봉산까지 갑니다.
- 아 그러면 도봉산까지 태워주실 수 있으세요?
- 예? 읍내에 가신다면서요?
- 제가 서울 휘경동에 면접을 보러가는데 차를 몇번 갈아타야해서요.
1호선 전철역 아무데서나 내려주시면 돼요.
참 난감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터키에서 5월달에 입국하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발이 묶여
겸사겸사 공부를 더 하려고 분주하게 다니고 있답니다.
터키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영어를 가르치고 있고
좀더 효율을 높이기 위해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다네요.
나이가 꽤 들어보이는데 맡은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합니다.
도봉산역에서 내려주려는데 너무 고맙다고 삶은 계란 두개를 꺼내면서
드릴게 이것밖에 없네요 하며 오늘 아침에 삶은 것이니까 집에 가셔서 꼭 드세요 합니다.
오늘은 아주 우연한 일로 일용할 양식을 얻은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