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같은 더위가 몰아친 7월의 아침게으름이 한껏 스며든 나는 느지막하게 일어난다. 새벽부터 뒤척이고 또 뒤척이고 뒤척이다가 아무도 없으니 너무 좋다. 하루 종일 적막하다. 감상을 목적으로 장만한 앰프에선 아주 감미로운 선율이 흐르고 흘러 귓가에 희미하게 맴돌다가 잦아든다. 예전에 엄마처럼달라붙지 않는 고쟁이만 걸치고보송한 면수건을 방바닥에 펼쳐놓고그 위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뒤창에서 들어온 시원한 바람이 앞창으로 밀려날 때 그 스치움이 지금 들리는 백주영의 바이올린 소리 같다. 잘 익은 차가운 수박을 숟갈로 파먹으며 홀로 만끽하는 망중한의 행복한 자만自滿. 그래도 덥긴 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