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희망다방

jaye syo 2021. 9. 2. 00:27

70년대 말쯤 시장통 약간 벗어난 곳에 희망 다방이 문을 열었다.

이삼년이 지날 즈음 다방 주인이라는 남자를 알게 되었다.

오동통한게 떼놈을 닮았다며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다방 마담은 인텔리에 미모 또한 출중하다고 소문이 나서인지

점점 단골손님들이 꾸준히 늘어 시골마을이지만 장사가 잘 되었다.

수완 좋은 마담은 예쁘장한 종업원을 수시로 채용하며 자주 바꾸었다.

그래서인지 외출 나온 젊은 군인들의 아지트가 되기도 하였는데

하여튼 사시사철 활기찬 분위기로 인근에 있는 다방들의 질시를 사기도 했다.

 

소문은 소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못생긴 남자 사장과 예쁜 마담은 부부라는 것이었다.

한동안 반신반의 했지만 사실로 드러나며 소문은 불식되고

어느덧 윤리 전통의 가치관이 이들의 묘한 조합을 수다의 장으로 만들었다.

그때만해도 다방의 종업원을 화류계 정도의 여성으로 낮잡아 보았는데

아마도 그래서 남자를 선택하는 시선을 한참 낮춰서 골랐느니

저 못생긴 남자가 여성의 과거를 불문에 붙이고

예쁘고 똑똑한 마담에게 끈질기게 달라붙었다느니

이들을 둘러싼 항간의 수다는 한동안 지속되었다.

 

조그마한 소도시의 삶이라는 것이 몇해 지나다보면

웬만한 사람들의 안면이 익숙해지고 알게 모르게 가까워지기도 한다.

 

희망다방 사장은 생김새와는 다르게 달변의 구라꾼이었다.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로 변환되는 과정을 그럴듯하게 설명하는데

깜빡 빠져들었으니까 그의 구라가 당시의 첨단 정보를 암시하는 듯했다.

 

미국에서 최초로 트랜지스터가 만들어져 실용화되었다.

일본은 최고의 기술자들을 미국 현지 트랜지스터 공장엘 보내 

견학하면서 하얀장갑을 끼고 내부시설의 기계며 창틀을 몰래 훑고 다녔단다.

그리고 그 장갑을 아무도 모르게 숨겨 가지고 와서

먼지에 섞인 성분검사를 하였는데 아주 소량의 게르마늄반도체가 검출되어

이것을 바탕으로 불과 일년만에 트랜지스터를 만들어내는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무슨 커다란 비밀이나 되는 냥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썰을 푸는데 그만 넘어가고 말았다.

참 웃기지도 않는 일이지만 그의 말은 극적인 효과를 동반하기도 한다.

 

한참후에 돌이켜보니

이미 제품화되어 시장에 깔려 있는 트랜지스터를 손쉽게 구입해서

트랜지스터의 성분검사를 할 수 있는데 구태여 공장의 먼지를 분석한다?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다방이 사양산업으로 전락하자 요식업으로 바꾸었는데

여태까지 성업중이었고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지금은 어떠한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