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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

jaye syo 2021. 9. 6. 23:24

요로코롬 단잠을 자는 녀석을 깨웠다.

부시럭대는 소리에 고개를 들다. 귀엽다.
잘못된 포도란다. ^^

논농사의 벼 소출보다는

포도농사가 소득의 효율이 높다며

물길을 틀어막고

억지로 밭으로 변모한 질퍽했던 논에

포도넝쿨을 심었단다

몇년째 농활이라는 것이

초여름 곁가지 순지르기와 알솎기

종일 하늘을 올려보며

머리위로 뻗어 제멋대로 자라나는

넝쿨을 정리하다 보면

그야말로 목아지에 쥐난다

 

포도 따러 가잖다

몇사람 새벽에 출발

정오쯤 도착해 밭에 가보니

이미 먼저 온 사람들 끝물 수확이 한창이다

봉지를 열어보고 상태좋은 것은 골라

조심스레 전지하여 운반상자에 담고

농익어서 알맹이가 물러터진

날벌레가 들끓는 것은 사정없이 버리고

그나마 쓸만한 것은 따로 선별처리

 

점심을 건너 뛰어선지

잘 익은 포도알에 침이 꼴깍

한 알 따서 입에 넣는 순간

달콤한 향이 혀끝에 스쳐

주인장 허락하에 염치불구하고 무한정 따먹었다

어찌나 많이 먹었던지

똥에서도 포도향이 올라오는 듯

그만 물리고 말았다

 

간절한 소원은 이루어진다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