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222

고양생화枯楊生華

주역 大過卦를 지나고 있어요. 효사 九二에 故楊生제(한자 없음)라는 표현이 있어 방통대를 지나며 말라죽은 커다란 오동나무 그루터기에서 자라난 연약한 가지에 핀 꽃을 보고 주역을 만든 옛사람들의 기지에 탄복을 하였지요. 이미 말라버린 고목에서 새순이 돋아나는 모습이라는군요. 그리고 늙은 사내가 어린 여자를 부인으로 맞이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효사 九五에는 고양생화枯楊生華라고 했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늙은 여자가 젊은 사내를 맞이하는 것이라고 해요. 그래서 바싹 마른 고목에서 꽃이 피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해마다 잎이 무성할 때 꽃이 핀 것을 본 것 같은데 올봄엔 잎보다도 꽃이 먼저 피어 괴이한 생각마저 듭니다. 주역 효사의 내용과 너무 흡사하여 .......

카테고리 없음 2023.04.14

위장

토종 개구리의 위장술이 경이롭다. 하두 오랜만에 봐서인지 토종인지 외래종인지조차 모르겠다. 작금의 사태가 마치 일제강점기에서 해방이 된 날부터 지금까지 잔존하던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세력들이 이렇게 개구리처럼 감쪽같이 숨어있다가 윤석렬이 집권하기가 무섭게 표면에 튀어나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활개치고 있는 듯하다. 첫 손님 개구리가 어찌나 반가운지...... 독립운동을 새롭게 전개해야하는 것인지...... 소식도 없고......

카테고리 없음 2023.04.12

배만 나온다

다들 나이배라고 말한다. 또 주장하길 늙어감에 나오는 자연스러움이라고도 하더라. 20대 전후 대략 27쯤으로 시작하여 중년엔 평균 32로 유지되었는데 노년에 접어들어 33으로 배가 뽈록해졌다. 아랫배의 모양새가 여간 볼품없어 욕탕 거울을 볼 때마다 은근히 짜증 난다. 도봉공원 둘레에 명자꽃이 화들짝 피었다. 속마음 가득 사모하면서도 요즘을 젊게 사는 이들의 그 흔하디 흔한 "사랑한다"는 고백을 차마 말로 전하지 못하고 이 화사한 봄날 속앓이만 하고 있다. 일본은 고종을 둘러싼 부패 관료들에게 거액의 돈을 주고 친일에 앞장서게 하였다. 그로 인해 대한제국은 폭싹 망하고 36년간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 설마 또다시 일본이 윤석열을 둘러싼 부패 관료에게 거액의 돈을 뿌린 것은 아닐까? 하는 짓거리가 일본인보..

카테고리 없음 2023.04.09

북방의 겨울

휴전선 부근의 도로는 온통 분칠이 되어있었다. 연이은 한파로 쌓인 눈이 뭉쳤었나 보다. 눈녹이는 화공소금을 얼마나 뿌려댔는지 대형 덤프트럭이 쌩쌩 달리기라도 하면 하얀 가루가 뽀얗게 안개처럼 퍼진다. 북방의 도로는 대로 소로 할 것 없이 하얗다. 한탄강 임진강은 눈에 덮여 흡사 거대한 백사가 꿈틀대는 듯하다. 만주 청나라 철기병은 꽁꽁 언 강을 달려 건넜다지? 큰소리만 칠 줄 알았던 인조는 그래서 천추에 씻을 수없는 치욕을 당했다지? 꼬맹이 물정 모를 적에 손발에 동상을 달고 지냈는데 아무리 기상이변이라지만 이제 그 엄혹한 추위는 자취를 감추었다. 때문에 이상한 독감은 거듭 기승을 부리는지도 모르겠다. -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 - 우리 속담은 아픈 가슴을 달래주려는 애틋함이 서려있는데.... "이미 골..

카테고리 없음 2022.12.30

일꾼의 ...

12월 초순 김장을 했지요. 변강쇠 닮은 젊은 총각이 김장을 돕겠다고 나타났습니다. 영하의 날씨에 흙투성이 무를 씻어야 하는데 마침 잘 되었다며 밖에 있는 수도를 녹여 돕도록 하였지요. 아 그런데 맑은 물에 담긴 무의 모습이 묘합니다. "총각이 무를 빡빡 문질러 잘 씻더라니.... 그래서인가 꼿꼿하게 섰네?" 올해의 김장은 힘들었어요. 작년에 비해 지원군이 부족하고 그나마 나이 드신 분들이 주도하여 겨우 마쳤습니다. 샛별 같은 젊은 총각은 힘든 일을 도맡아 손발이 척척 맞게 힘이 되어주었지요. 그대는 내게 특별한 사람입니다. 기쁨을 안겨주는 유일한 사람이에요. 청춘의 의미를 늘 일깨워주기도 하고 그 모습 생각만으로도 미소가 떠올라요. 아주 특별합니다. 올해도 다 지나가네요. 내내 무탈하시기 바랍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2.12.28

마늘

드디어 시작된 김장의 서막입니다. 마늘을 까라는군요. 물에 담그지 말고 마른 채로 까라고 합니다. 명령에 복종해야 뒤따르는 잔소리를 줄일 수 있어요. 겉껍질은 그런대로 잘 벗겨지는데 투명에 가까운 속껍질은 얄미울 정도로 까다로워요. 곰과 호랑이가 인간이 되겠다고 했을 때 어두운 굴속에 들어가 쑥과 마늘만으로 백일을 버티면 된다는 말에 곰과 호랑이는 결연한 의지로 백일기도를 시작하였지만 호랑이는 불과 열흘만에 포기하고 곰만이 백일을 버텨내 인간이 되었다는 설화는 우리 시조 신화의 바탕이지요. 지조가 대단한 요조숙녀의 모습과도 같은 마늘이 있는가 하면 헤퍼도 너무 헤픈 여인과 같은 마늘도 있군요. 껍질이 하얀 속살에 딱 달라붙어 요리조리 굴려가며 어렵게 벗기기도 하고 어떤 것은 마늘쪽을 쪼개는 과정에서 저절..

카테고리 없음 2022.12.06

고구마

먼 해남 땅에서 아주 맛있는 고구마를 보내왔어요. 뜨거운 바람으로 요리하는 기구에서 달콤한 군고구마를 조리해먹는 맛이란 새로운 즐거움입니다. 분량이 대략 한 달 쯤의 간식거리로 지속되지요. 그런데 생물 고구마는 보관조건에 따라 변화가 일어납니다. 막판까지 남은 쭈글한 고구마는 겉보기엔 멀쩡한데 군고구마의 형태에서 겉과 속이 판이함을 보여줍니다. 완전히 썩어버렸다면 그냥 버려졌을 텐데 형태가 온전하니 구이통에 들어가 군고구마로 변신하고 식탁에 올려져요. 껍질을 벗기고 한입 물면 그 맛이 오묘합니다. 썩기 직전의 경계선상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맛이 꽝이고...... 조조가 닭갈비를 뜯으며 먹지도 버리지도 못했던 옛이야기가 스칩니다. 그때는 양수의 모가지가 날아갔지요. 간밤의 꿈은 참으로..

카테고리 없음 2022.12.05

표고버섯

송이가 으뜸인 줄 알았다. 재철이는 버섯 중에 으뜸은 능이라는 것이다. 능이가 어떻게 생긴 버섯인지 알지도 못하던 때였는데 그는 일 능이, 이 송이, 삼 표고라고 선언하듯 말하였다. 휴전선 근처 시골 산 아래 외딴집에서 "표고버섯을 좀 땄는데 가져다가 찌개에 넣어 드시라"며 버섯 몇 개를 투명 비닐에 담아 주신다. 바로 딴 것처럼 신선하다. 표고버섯의 맛을 처음 보는 느낌이랄까 표현 불가의 오묘한 신비스러운 맛이 감지된다. 산 좋고 물 좋고 바람 좋은 특별한 곳에서 자라나서일까? 재철이는 무수히 많은 버섯 중에 능이 송이 표고를 최고라고 칭송하였다. 30여 년이 지나 비로소 그의 말에 수긍하게 되었다. 올해의 서리버섯은 때를 놓쳐 수확을 망쳤다.

진실게임 2022.11.30

몽중유희夢中遊戱

늦가을 볕이 좋은 날 찬바람이 분다 한 시간 넘게 전철과 버스를 타고 도착한 시골집 차고 앞에 승용차 한 대가 떡하니 서있다 전화와 문자를 번갈아 보냈지만 묵묵부답 자동차를 포기하고 친구에게 작은 오토바이를 빌려 오랜만에 차량이 많은 도로주행을 했다 바람이 참 시원하다 오페라 나비부인을 보다가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깊은 잠에 빠졌나 보다 오매불망 그리운 님이 꿈에 보이고 애증 가득한 핀잔을 들으며 시달렸는데 깨어나니 이미 오페라 전막이 다 지나갔다 핑커톤을 애타게 기다리며 부르는 '초초'상의 애절한 아리아가 은은하게 울려 퍼질 때쯤 꿈에 그리운 님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핀잔을 퍼부었나 보다 몹시 그립다

새 카테고리 2022.11.21

천벌天罰

소주를 한잔 하자며 내놓은 안주가 청계 달걀. 나이가 얼추 늙어 일손을 다 놓았다는 그. 누군가 찾아오면 소탈하게 대접하는 모양새가 이렇다. 자칭 신선이란다.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단다. 어리석은 나는 아직도 일손을 놓지 못하고 세속을 헤매고 있다. 또 걱정이 많다. 이태원 참사로 꼭지에 오른 분노가 삭혀들 질 않는다. 귀신(雜鬼)은 그렇게 무서워하면서 하늘(백성)을 우습게 알다니 금쪽같은 젊은이 158명을 죽여놓고 저들의 하는 꼬락서니가 꼭 하늘의 벌을 부르는 것 같다.

카테고리 없음 2022.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