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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 - 올 최고의 더위

화분에 물을 주다가 발견하고 신비롭게 한참을 보았습니다. 작년에 딸이 들여놓은 화분인데 꽃은 난생 처음 보는 것입니다. 감악산 친구집 구석구석에는 알게 모르게 온갖 꽃들이 만개하였네요. 더위는 인간의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이라도 하려는 듯합니다. 하나로마트에서 막걸리 한 병과 참외 그리고 갖구워낸 빵을 사들고 감악산엘 올라갔지요. 친구는 일찌감치 풀에 물을 가득 받아놓았어요. 무더위에 막걸리 한잔은 취기의 고조를 한껏 올려놓는군요. 역시 물놀이가 최고입니다. 시원한 물은 더위에 지친 심신의 긴장을 다 풀어주네요. 이열치열 이러한 더위에는 매운탕이 최고라며 냉동실에 쟁여놓은 물고기를 꺼내더니 미나리꽝에서 생미나리 한움쿰을 뜯어와 다듬고 들깻닢이며 풋고추를 바로 따서 양념으로 써요. 친구 덕에 산속깊은 마을에..

카테고리 없음 2021.07.25

피서

풀장에 몸을 담갔다. 아주 맑은 지하수를 아침에 받아놓고 너무 차가운 물이라서 온종일 뜨거운 햇볕으로 서서히 뎁혀 오후쯤엔 몸을 풍덩 담가도 소름이 돋지않을 만큼 적당한 온도로 변화되어 폭염에 지친 심신을 달랜다. 예전에는 명경지수와 같은 한탄강이나 차탄천 그리고 임진강에서 천렵을 겸해 피서를 했건마는 이제는 세월에 오염되어 그 물에 들어가기가 더럽다. 작은 풀이면 어떠랴 ! 고구려의 기상이 서린 시베리아 바이칼호를 그리며 하늘아래 첫 동네 시골마을 한가운데서 그야말로 풍족한 피서를 즐긴다. 매우 기분좋은 날.

카테고리 없음 2021.07.18

J여사의 환원

궁둥이 대기놀이 오래전에 김병철선생이 번역한 아라비안나이트를 출간되자마자 구입해 정독을 하였었다. 사마르칸트의 왕이 사냥을 나가자 궁궐에 남은 왕비는 하인인 까만 흑인과 음탕하게 색스를 즐겼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왕은 왕비와 하인들을 다 죽여버렸다. 그리고 천일간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90년대 중반쯤이었지싶다. 근사한 식사초대를 받아 대형외제승용차에 일곱사람이 낑겨타고 S호텔 요리집을 향해 가던중 공교롭게 J여사와 L여사의 중간에 비집고 앉게 되었다. 궁둥이가 꽉 낀 상태가 된 것이다. 아라비안나이트의 시작이 되는 부분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기에 비좁은 자동차 안의 썰렁함을 만회하려 이야기를 시작하였는데 김병철선생의 번역이 유려하고 매끄러워 왕비와 검둥이 하인의 색스장면을 점잖게 "궁둥이 대..

카테고리 없음 2021.07.15

이어폰

소니 이어폰을 몇 년 잘 썼지요. 퇴근길에 이어폰을 귀에 꽂으려고 꺼내는데 왼쪽의 얇은 고무커버가 달아났네요. 그러지않아도 왼쪽폰이 소리가 약해져서 이젠 수명이 다 되었나보다 하고 새것을 장만하려 차일피일 하던차에 그간의 정을 떼내려고 단단히 박혔던 고무커버가 벗겨져버린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소리가 나오는 구멍이 무언가에 막혀있네요. 이쑤시개로 파내었더니 소리가 제대로 울립니다. 얼마나 무심하게 사용하였으면 먼지가 가득하도록 아무것도 모르고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망가지는구나 했겠어요. 집에 와보니 고무커버가 방바닥에 나뒹굴고 있더군요. 인권 못지않게 물권을 존중해야한다는 우리 성현들의 말씀이 새삼스럽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1.07.14

버려지는 책

분리수거 하는 날 커다란 폐지상자에 가득 헌책이 쌓여 일본작가의 단편집 두권을 얻었다. 어릴때 책이 귀해 그나마 얻어보기도 어려워 앞 집 종배의 배려로 갈증을 달랬는데 요즘의 세태는 풍요의 극치이다. 폐지통에 버려지는 책 보는 사람이 없어 짐이 되고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책 요즘은 책을 읽는 젊은 사람이 거의 없다고도 극언한다. 다음 세대엔 감성이 매말라 엷어지는 것은 아닌지. 줄리가 뭔지 모르겠다. courtesan이라는 의미이라고도 하던데 대체 뭔일을 하였길래 줄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카테고리 없음 2021.07.08

뱀알

이렇게 큰 지렁이는 처음 봅니다. 화들짝 놀랐으니까요. 두 마리가 교차해서 꿈틀대는데 너무 커서 사진을 찍었어요. 산소의 풀뽑기는 며칠을 두고 계속 되었지요. 아직도 조금 남았습니다. 장마가 시작된다는 예보에 조금 남아있는 풀을 뽑기위해 일과가 끝나기가 무섭게 산소엘 갔어요. 지렁이는 그렇다쳐도 뱀알이 나올줄은 꿈에도 생각치 못했습니다. 뭔 넝쿨식물은 노란뿌리를 한없이 뻗으며 사방으로 번져 마치 땅속에 거미줄을 친것 처럼 얼기설기 엉켜 있네요. 그 뿌리를 잡아당기면 지표면으로 길게 들고 일어나는데 갑자기 하얀 알들이 나타나서 소름이 돋아요. 설마 뱀알? 원래대로 흙을 얇게 덮어주었어요. 부디 무사히 부화되면 좋겠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1.07.06

꽃튀김

산 속 마을 양지에 또아리 튼 친구의 정원 그윽한 향이 어우러지는 맛좋은 술이 서너순배 돌았다. 이미 닭다리 구이와 삼겹살 요리가 비워지고 정원에 가득한 산나물을 뜯어다가 밀가루 옷을 입혀 노릇하게 튀겨 맛을 음미하였다. 거나한 취기 때문일까 친구는 불콰해진 표정으로 씩 웃더니 활짝 핀 꽃 두 송이를 따 오며 허브꽃인데 튀겨서 맛을 보잔다. 눈으로만 아름다움을 음미할 것이 아니라 진정 아름다움은 맛으로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며 "이 꽃에 독이 있다면 너하고 나는 죽을지도 몰라"라고 농을 던지기도 한다. 허브향이 진하게 배어나고 미미한 꿀맛이 아주 엷게 입안에 퍼진다. 맛좋은 술 맛이 배가 된다.

카테고리 없음 2021.07.05

오가피 차

일단 우산을 챙겨요. 출발의 시작점은 흐리기만 했어요. 땅속 전철은 비와는 무관한듯 시원한 바람만 뿜어냅니다. 삼사십분여 달려온 곳은 장대비가 내려요. 오늘은 하루종일 가랑비가 왔지요. 감악산의 풍광은 촉촉한 운치를 자랑합니다. 오가피 차가 좋다며 은은한 불로 달이고 있더군요. 토종닭 가슴살만 오가피 우려낸 물에 된장을 풀어 끓여내고 텃밭에서 따온 풋고추를 곁들여 아주 맛있는 막걸리를 흩날리는 빗줄기와 희귀명품 오디오에서 울려퍼지는 오묘하게 감미로운 한참 지난 노래를 안주삼아 마셔요. 신선놀음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느려터지게 사는 맛을 음미하는 중에 하루가 훗딱 지나갔어요. 동자 예닐곱을 거느리고 저 냇가를 거닐면서 풍월을 읊조리며 느긋한 삶을 즐기는 것이 꿈이라던 옛성현의 말씀이 불현듯 스쳐 실없이 ..

카테고리 없음 2021.07.04

팔자?

풀을 뽑았다. 오랫동안의 방치는 잔듸를 초토화 시켰다. 다년생 잡초는 굵은 뿌리를 깊게 내리고 당당하게 버틴다. 아침부터 마음은 헛헛하게 들떴다. 이러한 날은 뭔가 불안하다. 무더위와 씨름하며 무념무상의 경지에라도 오른듯 잡초와의 전투는 몇시간동안 차분하게 지속되고 적벽가는 흩어지고 또 흩어져 서쪽 산마루에 해가 걸릴때 쯤 인천에 사시는 조선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 오랜만이오. - 나 췌장암 말기래. - 아니 그게 뭔말이오. - 두달 남았다네? 예전에 나이든 사람들의 체념 비슷한 넋두리를 코웃음으로 흘리곤 했었다. 절친인 조선생은 와중에도 허허 웃으며 팔자려니 한단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룩 흐른다. 기도를 해달란다

카테고리 없음 2021.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