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196

종전선언

중앙일보 2021년 12월 20일 월요일 29면에 최진석의 퍼스펙티브 / 대통령의 불안한 안보관 "뜬금없는 종전선언, 산에 가서 붕어 잡는 꼴"이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이 실렸다. 뭔 말인지 장황하게 시작을 하였으나 우리 민족의 내밀한 일이 서양의 뮌헨협정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고 역사에 나타난 평화협정이 대개 다 평화를 잃었다는 주장 또한 납득되지 않는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을 싸잡아 안보를 무시하고 환상만으로 북한과 교섭했다고 하는 듯하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이 이루어지면 가장 먼저 유엔군사령부의 해체와 한미동맹 해체, 미군 철수를 주장하게 될 것이란다. 왜 문재인은 쓸데없이 종전선언에 목을 매냐는 질책인 듯싶다. 마지막 인용문이 또 의아하다. - 갈라진 혀는 말이 좋다. 그래서 노자도 "믿음직..

카테고리 없음 2021.12.21

3차접종후유증

1차 때는 약 한 달간 2차 때는 두 달이 넘게 부작용에 시달렸다. 3차는 아직도 진행 중인데 어떠한 형태로 진행될지 모르겠다. 위의 사진은 5년 전의 것이다. 3차 접종의 부작용으로 이틀간 꼼짝도 못 하고 있다가 월요일 출근길에 보니 첫눈치고 꽤나 많이 온 것 같아 눈이 내린 날의 풍경은 아마도 이랬겠다 싶어 아쉬운 마음에 옛 사진을 꺼내보았다. 1, 2차는 부정맥으로 무척 고생을 하였는데 3차는 일단 주사 부위가 시퍼렇게 멍이 들었고 머리가 무겁다. 혼자서도 잘 지내는 관계로 시골에 살았더라면 접종을 안 했을 것이다. 그러나 도시에서 사는 입장에서는 도저히 피할 길이 없다. 눈 덮인 도봉산과 수락산이 신령스럽다.

카테고리 없음 2021.12.21

용산

유리창으로 된 문 안쪽에는 과한 노출로 뭇남성의 시선을 끌었다. 문틈으로 보이는 모습. 불과 몇 집을 제외하고 이미 다 이사를 하고 대부분의 홍등가는 폐허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이 사진을 언제 찍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오래된 사진들을 살피다가 우연히 발견하고 용산의 참사 사건이 떠올라 서울의 변화되어가는 실태에 회의가 들기도 해서 건물은 비록 허름하였으나 밤의 화려함을 자랑하던 용산역 앞 홍등가를 상기해 본다. 철거 직전이라서 몹시 을씨년스럽다. 용산역의 잡다했던 인간의 역사가 한순간에 지워졌다.

카테고리 없음 2021.11.27

불로초

대설주의보라더니 대설 대신에 살얼음이 살짝 얼었다. 옷차림도 더 두터워지고..... 오늘날에도 진시황과 같은 사람은 계속 생성되고 있는가 보다. 전두환이 죽었다네? 아마도 영원히 영화를 누릴 줄 알았나 봐. 광주의 원한이 뼛속까지 스몄을 텐데 삼청교육대의 상처는 아마도 살의까지도 머금었을 걸. 상상을 초월하는 쿠데타로 권좌를 빼앗아 천문학적인 재산을 긁어모아 은닉하고 일말의 가책도 없이 호의호식하다가 오늘에야 죽었다고 소식이 퍼졌다. 진시황은 영생을 구하려다 수많은 사기꾼에게 속아 불사는커녕 불과 오십을 넘겨 객사하고 말았지. 전두환이는 불로초라도 구했는지 어찌 그리 밉상으로 건강을 과시하던지...... 욕을 처먹으면 오래 산다는 말이 맞기도 하는가 봐. 육씨랄놈.

카테고리 없음 2021.11.23

연애의 감정

연애의 감정이 처음 시작된 때가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사춘기의 출발점인 십칠팔 세쯤일까? - 정년아! - 정년이 뭐예요 정연예요 정연. - 그래? 정년아! - 지금 장난치시는 거지요? 눈을 흘기면서도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알 수 없는 번호가 뜨면서 생소한 목소리가 들린다. - 저 정연이예요 안녕하세요? 너무 오랜만이지요? - 어 그래 그동안 잘 있었냐? 그런데 웬일이냐? - 시간 되시면 한번 봬요 저녁 사드릴께요. - 너는 직장생활을 해도 잘할 것 같다. - 왜요? - 이름이 좋아서. - 네에? - 이름이 정년이 아니냐 그러니 정년퇴직은 보장되는 거지. - 정년이 아니라 정연예요 정여~언. 화를 내며 불평을 했으나 그래도 늘 정년아 정년아 불러댔다. 시집을 간다고 청첩장을 받았는데 그때가 벌써 이십여..

카테고리 없음 2021.11.19

주둥이만 살아있는 사람

소진과 장의는 동문수학한 막역한 사이였어요. 소진이 먼저 출세하였지요. 장의는 소진을 찾아가 출세의 길에 동참하려 하였는데 소진은 오히려 도둑으로 몰아 모진 고문과 함께 내치고 맙니다. 장의는 절치부심 심하게 다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 부인에게 말합니다. "여보 부인 내 혀가 성한가 좀 살펴보시오." "다른 곳은 성한 데가 없어 보이는데 그 주둥이만 성한 듯합니다." "그럼 되었오. 이 세치 혀로 저 소진을 기어코 무너뜨리고 말겠오." 사마천은 장의의 언변은 그야말로 천하제일의 설득력을 지닌 재능으로 그리고 있어요. 요즘 대선후보로 나온 사람들의 면면을 보자 하니 보국안민의 보편 의식을 벗어난 괘변 일색의 말풍선만 같아 씁쓸합니다. 이들의 출세의 궁극처가 과연 무엇일까 의구심이 깊어만 갑니다. 촛불 혁명의..

카테고리 없음 2021.11.08

들기름

들기름 한 병을 얻었어요. 힘겹게 노부부가 들깨를 베고 있기에 산에서 내려오다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일손을 거든 것뿐인데 오늘 보더니 반갑게 불러 음료수와 함께 들기름 한 병을 건네주시네요. 스물네 병을 짜서 열여덟 병을 팔고 나머지는 이웃 친지와 나누었다며 웃으십니다. 농약 한번 안쳤다고 또 생들깨 오 킬로를 팔았다고 한병 드리려고 남겨놓았는데 안 오시면 어쩌나 기다렸다고 어찌나 고마운지 몇 번을 사양하다가 좋은 선물 고맙다며 받았어요. 아직 우리 농촌의 인심은 참 후합니다. 기분 좋은 날.

카테고리 없음 2021.11.07

장어탕

한강물이 빠져나가는 강화도 포구에서 매년 이맘때 단 한 달 동안만 새우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자연산 민물장어. 대략 열 마리 정도. 사십오만 원. 작장 불로 장장 다섯 시간 이상을 끓였다. 소금으로 살아있는 장어의 진액을 다 제거했더니 비린내가 거의 없고 국물이 뽀얀 데다가 어찌나 맛이 좋던지 게다가 이삼일이 지나자 온몸이 달아오르는 느낌이다. 스테미너 식품이라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올해의 장어탕은 그야말로 명품.

카테고리 없음 2021.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