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우산을 챙겨요.
출발의 시작점은 흐리기만 했어요.
땅속 전철은 비와는 무관한듯 시원한 바람만 뿜어냅니다.
삼사십분여 달려온 곳은 장대비가 내려요.
오늘은 하루종일 가랑비가 왔지요.
감악산의 풍광은 촉촉한 운치를 자랑합니다.
오가피 차가 좋다며 은은한 불로 달이고 있더군요.
토종닭 가슴살만 오가피 우려낸 물에 된장을 풀어 끓여내고
텃밭에서 따온 풋고추를 곁들여
아주 맛있는 막걸리를 흩날리는 빗줄기와
희귀명품 오디오에서 울려퍼지는
오묘하게 감미로운 한참 지난 노래를 안주삼아 마셔요.
신선놀음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느려터지게 사는 맛을 음미하는 중에 하루가 훗딱 지나갔어요.
동자 예닐곱을 거느리고 저 냇가를 거닐면서
풍월을 읊조리며 느긋한 삶을 즐기는 것이 꿈이라던
옛성현의 말씀이 불현듯 스쳐 실없이 웃고 말았지요.
바쁜세월에 여유를 획득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사건처럼 불거졌어요.
쓸데없이 마음이 조급한 것이겠지요.
친구 덕에 오가피 차로 심신을 달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