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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토막

jaye syo 2022. 10. 27. 22:06

1988년 12월 15일쯤인가 보오.

조선일보사에서 기획한 일본에 남아있는 백제문화유적답사여행에 동참할 기회를 얻어

수백 명 단체의 일원으로 부산에서 커다란 카페리 배편을 이용하여 일본 여행을 시작하였다오.

그야말로 경이로운 시선으로 일본의 산하와 그들의 일상생활을 살펴보았지요.

 

숙소는 2인 1실 호텔방을 정해주었는데

그때 동행이 된 사람은 70에 가까운 노인이었오.

일제강점기 때에 일본에서 공부를 하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일본어에 능통하여 저녁시간에 우리는 시장을 구경하며 산책을 하기도 했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숙소를 공유하였는데

그 노인은 뜬금없이 아주 심각한 어조로 운을 떼며

건강할 때 그 소중함을 잘 지키라고 당부하듯 진중하게 말을 건넸지요.

"돈(재산)을 잃는 것은 아주 적게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는 것은 많이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는 것은 모든 것을 다 잃는 것이다"라고 말이오.

 

그대는 재산이 반토막이 났다며 하소연을 하는구료.

전염병의 여파와 우크라이나와 소련의 전쟁, 그리고 가파른 금리인상의 영향으로

무리하게 투자한 전재산이 하루아침에 반토막이 되었다고.

 

재산을 잃는 것은 아주 작게 잃는 것이라 했오.

부디 건강은 잘 지키시기 바라오.

언젠가 머지않아 풍요로운 결실이 반드시 있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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