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게임

삼성당

jaye syo 2020. 6. 1. 00:23

 

내가 살던 옛 시골마을은 주변의 작은 마을체의 중심을 이루는 곳이라서

상권이 제법 성행하여 중앙통에는 도시의 냄새를 풍기기도 하였다.

금은방을 운영하던 젊은 과부 채씨는 수완이 좋아서

인근의 혼인예물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맡아 소위 말하는 유한마담의 풍모를 지니게 되었다.

단골손님관리를 어찌나 철두철미하게 관리를 하던지

그녀의 가게 삼성당에 한번이라도 발을 들이면 반드시 고정손님으로 만들고야 만다.

 

그러다보니 아쉽게도 자녀교육은 뒷전이 되고

어떡하든 악착같이 돈을 더 많이 벌어야

나중에 아이들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애들이 원하는 대로 무조건 돈으로 해결해주면 되는 줄 알았다.

그것이 애들을 행복하게 키우는 최고의 선인줄로만 여겼다.

아니 하루종일 손님들의 비위를 맞추면서 장사의 성과를 극대화 시키려고

몸과 마음의 진액이 다 고갈되도록 일중독에 빠져

아이들의 교육에 관해서는 좀 안일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딸은 일찍 철이 들어 그래도 엄마의 바램을 그나마 충족하게 따라 주었으나

문제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었는데

이녀석은 어려서부터 천방지축이었다.

사춘기가 되면서 여자를 밝히더니

청장년에 이르러서는 엄마가 어렵게 이뤄놓은 부를

방탕하게 탕진하는데 이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저지할 수 있는 뽀족한 대책이 없었다.

이미 이 지역의 손가락 꼽히는 유지가 된 과부 유한마담 채씨는 

할수없이 아들이 좋다고 데려온 여자와 결혼을 시키고

삼성당의 운영권을 조금씩 맡기게 되었는데

몇해가 지나자 엄마와 아들은 사소한 마찰이 시작되더니

점점 한치의 양보없는 거친 싸움으로 번지게 되었다.

 

어느날 떵떵거리던 유한마담 채씨가 실종되었다.

백방으로 찾았으나 종적이 묘연하여 조그만 시골도시에 별별 소문이 만발하였다.

- 아들놈 꼴보기 싫어 돈보따리 싸들고 대처로 나갔다.

- 근사한 홀애비를 만나 새출발한 거다.

- 젊은 놈팽이에게 홀딱 반해 줄행랑친거다.

- 이꼴저꼴 보기싫어 아무도 모르는 절간에 들어간거다.

- 청상과부로 홀로 뼈빠지게 일해서 애새끼들 키워놨는데 아들놈이 저 지경이니 나라도 나가겠다.

- ..........

 

열흘만에 남편의 산소서 발견되었는데

독약을 마시고 죽어있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산소를 끌어안고 양손으로 흙을 후벼 손톱이 다 빠져 있더란다.

 

며칠전 오랜만에 삼성당앞을 지나는데

그 옛날 유한마담 채씨가 그대로 손님과 앉아 상담을 하고있네?

깜짝놀라 다시 자세히 보니 그녀와 너무 닮은 딸이었다.

아니 아들은 어디가고?

 

엄마가 잘한 건지 아들이 잘한 건지........

엄마가 잘못한 건지 아들이 잘못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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