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더린 아이가 크게 되듯 늦게 홀로 핀 꽃이 더 예쁜 듯도 하다. 심은지 오래된 매화는 미친 듯이 꽃 피었더니 초장에 열매 다 떨어지고 몇 개 남아 섭하다. 토요일 오후 전인삼의 춘향가를 집중 감상하였다. 완창이라서 대략 6시간을 불편한 의자에서 견뎌냈다. 훌륭한 창법이 분명한데 정말 아쉽게도 가사전달이 불명하다. 박동진 명창께서 그 많은 명창 중에 진정 득음의 경지에 오른 분은 두 분 정도밖에 없다고 단언하신 바를 비로소 어렴풋이 알 것 같다. 판소리는 정말 어렵다. 득음의 길이 얼마나 험난하면 요즘 판소리에 도전하는 젊은 사람들은 득음은 뭔 얼빠진 득음이냐 목청만 좋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반발한다. 어렵다. 오랜만에 충실하게 전통을 이은 멋진 공연을 만났다. 조금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