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 승려 쵸펠이 하염없이 쏟아내던 영혼의 윤회의 인과라는 화두가 떠올라요
"국경이란게 영혼의 세계에서 가당키나 한 것인가요?
인종과 국경은 무의미해요
모든 인간은 업보에 의해 이곳 저곳에서 그냥 태어나는 것입니다"
모로코 유목민 마을에서 성능좋은 총 한자루가 팔립니다
방목하는 양떼를 자칼로부터 지키려는 자구책으로 구입한 총을
아이에게 맡기고 양떼를 잘돌보라고 합니다
총기의 성능시험을 한다며 멀리서 달려오는 관광버스를 향해 장난삼아 쏘지요
리처드는 부부간의 냉기류를 만회하려 오지여행을 기획한 것인데
아내 수잔이 총에 맞아요
개인의 불행을 동정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안전을 염려하는 동료 여행객과
이들이 야만인이라고 우습게 여기는 현지 주민들의 오히려 따뜻한 시선이 오롯이 그려지고
미국이라는 풍요의 나라는 테러의 혐의를 붙여 크게 떠벌리지요
맥시코에서 밀입국하여 리처드의 아이들을 키우며 보모역활을 충실히 하던
유모 아멜리아는 아들의 결혼식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국경을 넘고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하여 막막한 사막에서 사력을 다해 아이들을 보호하였으나
강제추방형에 알거지로 쫒겨나지요
일본인 사냥꾼에게서 선물로 받은 총한자루의 인과로
인종을 초월한 응보의 엮임이 인간사회의 개개의 사연과 애환을 독특하게 보여줍니다
미국사회의 철저한 개인주의 국가주의 타민족에 대한 냉철한 배타성이
맥시코의 결혼식의 예식을 통한 따뜻한 인간들의 만찬이
일본사회의 풍요에 의한 쾌락주의 그에 따른 전통과 격절된 삶의 지독한 외로움이
모로코의 무지막지한 공권력의 횡포 등등이...
이 모든 부조화가 단지 사랑이라는 인간 심연에 내재하는 보편의 가치 하나로
차분하게 해결되어 버립니다
사랑은 위대합니다
수잔의 결벽증은 백인 여성들의 터무니없는 편벽을 보여주는듯 하고
아멜리아의 헌신적인 사랑의 의식은 모성의 극치를 보는 것 같고
치에코의 이성에 대한 사랑의 갈구는 소외된 인간의 외로움을 극명하게 나타내요
짧은 치마에 팬티를 벗어던지고 의자에 앉아 남자를 향해 다리를 쩍 벌리는 장면은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을 연상케 하지만 너무 노골적임에 황당합니다
홀랑벗은 씬은 몽상가들의 쌍둥이 여자애가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던 것과 비슷해요
영화는 기가막히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스토리 구조는 동양인의 사고에서는 너무도 흔한
그리고 뻔한 緣起의 고리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아 지루한 감이 있어요
그러나 좋은 영화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