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수요일
지리산을 돌아 남원을 지나고
천은사 화엄사가 있는 구례을 갑니다
산으로 둘려진 구릉지 마을
구비구비 고개를 넘으며
층층이 선을 이루어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을 만났어요
음침하게 네려앉은 안개가 걷히면서
지리산의 능선이 참 아름답게 포개집니다
고향이 여긴가요?
아니요 시집이 여기지요
그럼 어디세요?
여수인데 시골예요
아~ 그러세요
휴게소에서 얻은 지도를 살피고
구례에서 나주의 지름길을 가늠합니다
주암호 옆길을 타고 잘 닦인 시골길을 달려요
눈에 익은 팻말이 있어 기억을 더듬어요
조계산 선암사 송광사
20여년전 오토바이를 타고 송광사를 가보았는데
그 길을 역으로 밟고 있군요
화순으로 남평으로 1번도로에 진입하여 나주에 입성합니다
상무대에서 군생활을 할때 만난 마누라께서
편지로 처음 만나자고 했던 장소가 나주였나봐요
상전벽해가 따로 없음이지요
처남이 나주에 사는데 집을 찾지못할 정도입니다
읍성을 복원한다고 다 허물어져 흔적도 없던
성문을 그럴듯하게 지어놓았구요
그 터에 있었던 소박한 가옥들을 모두 철거했지요
도로 옆 배밭은 예전과 다름없이 있는 것 같았으나
여기도 개발의 몸살을 매우 심하게 앓는 군요
광주를 통과해서 남원 무주를 거쳐
그대를 만나러 갑니다
화사한 모습을 보고는 곧 바로 귀로에 오릅니다
하룻동안 일천 킬로미터를 달린 것 같어요
지쳤지요
주암호 지나는 길
차량소통이 빈번한 아스팔트에
요즘 보기 힘든 소달구지를 보고
저 앞쪽에 차를 대고는
얼른 카메라를 챙겨 기다리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