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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와 보현

jaye syo 2006. 9. 17. 23:51

상이 험악한 진도개 세마리가 불락사에 산다

이들의 근사한 이름은 귀여운 강아지적에 붙여진 이름이겠지

강아지는 여리고 예쁘다

그래서 주지스님은 강아지에게 문수와 보현이라 이름을 지어주었나보다

절간에 들어서는 순간 눈에 띄는 덩치 커다란 개의 모습에

주춤 경계심이 일고 그 상판대기에서 풍기는 사나움이 예사롭지않다

절사람들이

"문수야!" "보현아!"하고 개를 부르는데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름이 문수요 보현이면 짜식들이 이름값을 조금이라도 해야하건만

절 주위를 천방지축 싸돌아다니면서

족제비 다람쥐 고양이는 물론  심지어 오소리까지 잡아 들인단다

이놈들이 문수보살 보현보살의 얼굴에 똥칠갑을 하고 다니네?

또 경건하게 받들어 모셔야 할 문수보살님 보현보살님의 함자를

개를 향하여 경망하기 이를데없이 불러댄다

신통한 이름이다 싶어 초면인 나도 덩달아 부른다

이놈들은 전혀 경계심도 없이 달려든다

 

일체유심조라더니

절간사람들의 분방함을 짐작하겠다

나무로 조성한 부처의 상을 도끼로 쪼개서 불을 지피고

땡땡하게 언 궁둥이를 녹이느라 몸을 돌려

불을 쬐는 땡중의 그림이 있는데

불경이라 보지않음은 배타없는 포용을 중시함이리라

성깔 사나운 개에게 문수와 보현이라 이름하고

아무렇게나 목청 높혀 부른들 수양과 수행에 뭔 지장이있으랴

불락사 주지가 짓궂게도 커 보인다

 

 

가학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