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그냥 지나쳤다.
눈이 마주치고서야 알아봤다.
무심한 시간이 너무 길었던 탓이리라.
한참을 마주 보다 희미한 미소가 짜글한 주름을 그릴 때
그녀의 눈망울 속에서 17세 사춘기 애띤 소년이 보였다.
예쁘게 늙었다.
여전히 아름답다고 예쁘다고
농담 아닌 농담처럼 보편상식의 예의를 차려보지만
억겁세월의 간극에 어쩔 수 없이 어색하다.
다시 만나면 괜찮을 라나?
볼수록 곱다.
말하지 않아도 지나간 그녀의 지난한 일생이 보인다.
그녀를 향한 내 무의식 속에는
가느다란 거미줄 같은 낡은 사랑이 남아있었나 보다.
맺혔던 말 하지 못하고 기약 없이 돌아섰다.
내 가슴은 며칠 동안 17세 소년이 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