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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우지 알 ???

jaye syo 2023. 4. 21. 23:46

감기가 독하다.

동내 의원에 가서 주사를 한방맞고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오전 내내 몽롱한체 쉬고 있다가 오후 늦게 망월사역 쪽을 향해

심기일전의 요량으로 중랑천변을 거슬러 천천히 걸었다.

 

몹시 급하게 낳은 듯한 알
위험천만 시민들의 잦은 왕래가 있는 길가 바로 옆
완전히 노출된 상태

친구의 딸이 결혼을 한단다.

그만 감기 때문에 참석은 못하겠고

축의금이라도 보낼 량으로 은행을 찾아 나설 겸해서 나왔으니

망월사역까지는 갔다 와야겠다 싶어 아주 천천히 걸었다.

어떤 녀석인지 나빠진 노안으로도 발견되도록 거침없이 알을 낳아놓았다.

바로 아래 가마우지란 놈이 물고기 사냥에 여념이 없더니만

유추해 보건대 청둥오리가 아니면 저 녀석이 틀림없겠다.

 

가끔 일부러 찾아가는 소머리국밥집에서 국밥 한 그릇 요기하고

근처 신한대학 경내에 들어가 금융기기를 이용하여 송금하고

오던 길을 천천히 걷고 또 걸어 알이 무사한가 살폈다.

우연히 발견된 알 한개를 놓고 고요하던 머리 속은 온갖 번뇌가 솟아

자연보호라는 정언명령을 상기하며 미묘한 갈등에 돌입하는 동시에

또 엄동설한 주린배를 채우려 밭고랑에 놓여진 콩한쪽에 눈깔이 뒤집힌

까투리의 독백처럼 "하늘이 준 복인데 어찌 마다하랴"를 떠 올린다.

이럴 때 사람의 마음은 극과 극을 달린다.

以天食天을 말씀하신 해월선생님의 고뇌를 공감해보기도 한다.

이미 해는 도봉산 만장봉 뒤편으로 숨어 바람이 찬데

행여 어미가 품고 있다면 정말 자연보호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빌어야겠다.

 

그대로 있네

 

품어준 흔적이 아예 없다

내일 또 가봐야겠다.

허허실실이라더니 새가 인간보다 낫다.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