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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幻影

jaye syo 2021. 10. 25. 21:56

엄청 바쁜데도 커다란 숭어를 거져 회를 떠주신 아주 고마운 사장님

시장 건물이 통째로 시설변경을 해야 하는 관계로

넓은 주차장 한켠에 천막을 치고 입주했던 가게들이 

공사기간 동안 야외 장사를 해야 했기에

갑자기 찬바람이 몰아닥친 날

무릎에 얇은 담요를 올려 덮고 손님을 기다리다가

무심코 옆쪽 간이 천막 식당을 보니

이상하게 눈길을 끄는 두 노인이 늦은 점심을 먹고 있어

그중 한 노인을 유심히 보게 되었는데 

미세한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 스스로 놀라 아차 싶어 스스로 다독였다.

 

팔자에 없는 청상과부로 만든 영감이 만약 살았더라면

저 곱게 늙은 노인과 모습이 비슷하지 않을까?

엠병 할 놈의 잉간 뭐가 그리 급해

그리 일찍 뒈져서 이날입대껏 쌩고생을 시키나 그래.

저 이의 마누래는 월매나 좋을까나?

참 인물도 좋네.

주책이지 이 나이에 시샘이라니.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려도 잠시일 뿐

저절로 태연하게 밥을 먹는 노인에게 눈길이 되돌아 멎는다.

오늘따라 왜 이리 싱숭생숭하단 말인가.

저 늙은이는 왜 느닷없이 나타나서

휑한 가슴을 더 쌔하고 찡하게 만드나.

하이고 내 팔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