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건물이 통째로 시설변경을 해야 하는 관계로
넓은 주차장 한켠에 천막을 치고 입주했던 가게들이
공사기간 동안 야외 장사를 해야 했기에
갑자기 찬바람이 몰아닥친 날
무릎에 얇은 담요를 올려 덮고 손님을 기다리다가
무심코 옆쪽 간이 천막 식당을 보니
이상하게 눈길을 끄는 두 노인이 늦은 점심을 먹고 있어
그중 한 노인을 유심히 보게 되었는데
미세한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 스스로 놀라 아차 싶어 스스로 다독였다.
팔자에 없는 청상과부로 만든 영감이 만약 살았더라면
저 곱게 늙은 노인과 모습이 비슷하지 않을까?
엠병 할 놈의 잉간 뭐가 그리 급해
그리 일찍 뒈져서 이날입대껏 쌩고생을 시키나 그래.
저 이의 마누래는 월매나 좋을까나?
참 인물도 좋네.
주책이지 이 나이에 시샘이라니.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려도 잠시일 뿐
저절로 태연하게 밥을 먹는 노인에게 눈길이 되돌아 멎는다.
오늘따라 왜 이리 싱숭생숭하단 말인가.
저 늙은이는 왜 느닷없이 나타나서
휑한 가슴을 더 쌔하고 찡하게 만드나.
하이고 내 팔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