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꿈은 생생하다 못해 괴기하기도 해
왜 이미 불타 없어진 그 옛날 집에서
젊은 아내와 아이들이
눈앞에 있는 듯이 보이는 걸까
기온이 차가워진 김에 소주 한 병을 들고
혹 서리버섯이 나왔는가 산엘 갔다
산 아래 늙은 부부는 밭일을 하네?
작은 텃밭에 두엄과 비료를 흩뿌리기에
무얼 하시려고 물으니
갈아엎고 마늘을 심으려 한다고 하셔서
무얼로 갈아엎으시나요 하니
그냥 삽으로 파 뒤집으려고 하신다네
소주 한모금으로 얼굴이 빨개져서
당장에 운전도 못하겠고
술기운이 진정될겸 밭일을 거들었다
고구마를 심었던 밭인 지
푹푹 파제끼는 삽질에
작은 고구마가 한 개 불거져 나오더니
어떤 곳에서는 커다란 고구마가
삽날에 살짝 스치며 솟구친다
노부부는 고구마를 깨끗이 씻어
비닐봉지에 담아주며 가져다 먹으란다
밭을 잠깐 일궈준 놉으로
커다란 고구마 네 개를 얻었다
땀은 좀 흘렸지만 부자가 된 기분이다
무자비한 삽질에 상처투성이 오늘의 수확물 고구마 네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