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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jaye syo 2021. 10. 24. 22:39

예쁜열매

간밤의 꿈은 생생하다 못해 괴기하기도 해

왜 이미 불타 없어진 그 옛날 집에서

젊은 아내와 아이들이

눈앞에 있는 듯이 보이는 걸까

기온이 차가워진 김에 소주 한 병을 들고

혹 서리버섯이 나왔는가 산엘 갔다

산 아래 늙은 부부는 밭일을 하네?

작은 텃밭에 두엄과 비료를 흩뿌리기에

무얼 하시려고 물으니

갈아엎고 마늘을 심으려 한다고 하셔서

무얼로 갈아엎으시나요 하니

그냥 삽으로 파 뒤집으려고 하신다네

소주 한모금으로 얼굴이 빨개져서

당장에 운전도 못하겠고

술기운이 진정될겸 밭일을 거들었다

고구마를 심었던 밭인 지

푹푹 파제끼는 삽질에

작은 고구마가 한 개 불거져 나오더니

어떤 곳에서는 커다란 고구마가

삽날에 살짝 스치며 솟구친다

노부부는 고구마를 깨끗이 씻어

비닐봉지에 담아주며 가져다 먹으란다

밭을 잠깐 일궈준 놉으로

커다란 고구마 네 개를 얻었다

땀은 좀 흘렸지만 부자가 된 기분이다

무자비한 삽질에 상처투성이 오늘의 수확물 고구마 네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