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니에공원은 많은 사람들이 봄비는 곳이예요.
20여년이 넘도록 거의 매일 아침 저녁으로 공원을 지나쳐요.
작년 이맘때 쯤 공원에 나타난 것 같은데 자세히는 몰라요.
늘 보따리 한두개를 지니고 긴의자에 홀로 앉아 공원을 지키는 듯한 자세로 종일 있었지요.
작년 여름을 지나는 동안 그 여자는 아프리카 사람처럼 모습이 새카맣게 바뀌었어요.
그 뜨거운 햇빛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공원 의자에서 붙박이처럼 그렇게 견뎌내더군요.
가을이 지나고 겨울의 추위까지 끈질기게 버티며 올해 2월 초까지 그 모습을 보였는데
어느날부터인가 그 여자는 보이지않아요.
언듯보아 30대 중반 쯤으로 보였어요.
누군지도 모르는데 왜 궁금한지 모르겠어요.
특이한 점이라면 작년 여름의 뙤약볕을 그대로 받아내고 있었다는 것예요.
다른 사람들은 다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는데
유독 홀로 햇볕과 정면으로 대면하는 이상한 행동 때문에 관찰의 대상이 되었나 봐요.
거의 매일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보이지않으면 며칠동안은 아무생각없이 지나치지만
보름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고 두달 가까이 지나다보니
공원을 지날때마다 궁금증이 서서히 일어나요.
오늘도 역시 두리번 대보지만 보이지않아요.
무정한 공원관리인이 쫓아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