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사람들은 이렇게 무더운 여름엔
시원한 대청마루에서 홑삼베옷을 걸치고
뒹굴뒹굴 부채질하며 몸을 식혔다고 합니다.
실내온도마져 30도를 오르내리는 열대야에
설칠 수밖에 없는 잠.
모두들 지쳤는지 안부가 모호했지요.
뭔 좋은 일이라도 있는지 부천친구는 전철을 타고 오라는 전갈을 보내더군요.
모든 것을 접고 저 옛 선비들의 피서법이나 따라해볼까하다가
며칠전에 사놓은 "만주족이야기"를 들고 1호선 전철을 탔습니다.
전철안은 강력한 냉방 덕에 땀이 쏙 들어가는 느낌이네요.
창동쯤 가니까 자리가 나서 드디어 앉게 되었지요.
선글래스를 돋보기로 바꾸고 책을 펼쳐 흥미진진한 우리의 북방인 만주이야기에 빠져듭니다.
옆좌석의 승객이 바뀌는데 새파란 여성이 짧은 바지를 입고
가림천도 없이 하얀속살의 허벅지를 내 무릎위의 책 바로 옆에 노출시킵니다.
아 이게 뭔일이랍니까?
그 흥미진진하던 만주이야기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모처럼의 삼매경이 이렇게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로구나하면서
시선을 반대쪽으로 살짝틀고 집중하여 다시 빠져드는데
몇 정거장 지나는 동안 또 옆승객이 바뀌었는데
아주 늘씬한 여성으로 노출의 심각성이 옆의 여성과 같았지요.
이쪽 페이지 문장이 시작되는 지점과 저쪽 페이지의 문장 끝부분에
눈길이 지날무렵 동공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또 흐트러지더군요.
책을 들어올려 옆눈길의 혼란을 차단하기로 했지요.
돋보기는 나빠진 눈을 그나마 책이라도 읽게 도와주지요.
반면에 봐서는 안될 부분을 너무도 선명하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젊은 여성의 맨살 허벅지를 돋보기를 통해 땀구멍까지 보았습니다.
붐비는 전철에서
그것도 대명천지에.
조선의 여인들은 아이를 기를 때는 젖통을 내놓고 다녀도 흉이 아니었는데
평소에는 발목만 보여도 흉이라며 조신하였다고 하더군요.
확실히 노출이 심해졌어요.
날도 더운데 올여름은 참 잔인한 여름입니다.
탈나지않게 조심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