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쌩두를 저렴한 가격에 사다가
후라이팬이 볶아서 식혀 이삼일 두었다가
좀 거칠게 갈아 뜨거운 물 부어
진한 커피향 가득한 진갈색 물방울을 받아내어
달콤한 과자 한쪽
커피 한모금 입안에 머금으면
오묘한 식감이 온몸에 퍼지는 듯
아침을 먹었건 빈속이건
맛의 향연에 빠져
온세상이 내세상
설래임 반 기대 반
그 비싸기 그지없다는 고양이똥 커피
아이들 숲을 뒤져 똥덩이 줏어오면
용돈 몇푼 쥐어주고
깨끗이 씻어
온전한 콩알만 골라내어 모았다가
불과 이삼백그램 한봉지
일백만원?
강남친구는 어렵게 구했다며
잘 세척한 원두에 똥덩어리 한개 들어있는
커피 한봉지를 건낸다
일반커피나 고양이똥 커피나
그 맛은 거기서 거기
참으로 인간의 혀는 간사해
소문에 무지하게 비싼 커피라서
재탕 삼탕 유리병에 모아
다 식은 커피 틈틈이 홀짝 마시다가
텁텁한 잔맛이 입안에 남지않는다는 사실에
그리고 묽어진 상태임에도
커피 특유의 맑은 맛
이 조그마한 차이 빼면
뭐 별반 다를게 없는데
궂이 고양이똥 커피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