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동 환기미술관 근처에 볼일이 생겼다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르며 광화문앞길을 지나 청와대를 끼고 돌아 부암동 고갯길에서
북악산길입구 좌측 골목길로 접어들어 꼬불꼬불 저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못 믿을 네비라더니만 정말 엉뚱한 곳으로 안내를 한 것이다
돌아오는 길은 복잡한 번화가의 차량의 홍수를 피할겸 오랜만에 북악 스카이웨이를 택하였다
북한의 특수부대원들이 청와대근처까지 침투한 사건이 터지면서
효율적인 경계강화를 위해 북악산을 반토막내면서 강행한 당시의 대규모 토목공사가
바로 이 스카이웨이라 명명된 북악산길이었다
자동차가 귀하던 시절 이 북악산길은 진취적인 열혈 청춘남녀들의 로망이기도한 데이트 코스였다
수십년의 세월동안
어찌하여 단 한번도 이 길에서 데이트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참 부질없는 망상이다
시골에서 받아보는 화려한 화보가 있는 달력에는 멋진 남녀배우가 모델이되어 근사한 자동차를 배경으로
북악스카이웨이의 환상적인 드라이브를 부추기고 있었다
왜 갑자기 그러한 상념이 지나간 것일까?
내 이상형의 여인은 늘 지척이 만리인 건너편 전철 홈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봄은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풋풋한 아이들의 입술에서 기미가 시작된다
화장끼 없이도 예쁜 아이들이 빨간 립스틱을 성급하게 발랐기 때문이다
북악스카이웨이는 환상이 아닌 이제는 거의 버려진 도로나 다름없다
이 길은 한가한 사람들의 전유물
데이트 대신 오늘은 구불거리는 한가로움을 북악산길에서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