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장은 가정과 직장만 아는 이시대에 드믄 모범 가장입니다
그의 아내는 남편의 착실함을 자랑으로 여기며 가족의 강녕에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힘들어도 기분좋게 수행하였지요
하루는 5살 많은 언니가 와서 이얘기 저얘기 끝에 용한 점쟁이가 있다는데 심심풀이로 점이나 보러가자 하기에
쓸데없이 점은 무슨 점이냐며 튕기다가 한가롭기도 하고 호기심이 발동하여 단둘이서 점집엘 갔어요
언니가 먼저 점을 보았는데 옆에서 지켜보는 동안 별 신통한 점괘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괜히 왔구나 속으로 투덜거리며 언니를 한심하게 쳐다봅니다
그래도 언니는 점쟁이의 말을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고개를 끄떡이며 집중하네요
드디어 점이 끝나고 일어서려는데 언니는 야 그러지 말고 너도 한번 보라며 자꾸 보챕니다
하는 수없이 언니의 체면도 있고해서 찜찜하지만 복채를 지르고 점을 보기로 했지요
머뭇거리다 마지못해 복채를 내미는 꼴에 마뜩잖은 표정으로 한참을 쳐다보던 점쟁이는 불쑥 한마디 합니다
"쯧쯔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구먼"
- 이거 뭔소릴하는거야 이 점쟁이 쌩 돌팔이 아냐? -
속으로 흥 흥 코웃음을 치면서 언니 한번 점쟁이 한번 번갈아 보며 이런 엉터리가 어딨냐고 언니쪽에 눈짓을 합니다
나머지는 들을 것도 없고 점쟁이의 짓거리를 흘려버리며 복채가 아깝다고 후회가 되었지만
아니면 그만이지 하고 일어서려는데
점쟁이는 "내말 허투루 듣지말고 뒤를 캐봐" 쐐기를 박듯 점괘에 보태며 경고를 줍니다
점집을 나서면서 이과장의 아내는 언니와 돌팔이 점쟁이를 성토하며 언짢아진 기분을 풀어봅니다
언니는 이서방이 바람을 피운다니 말도 안돼라며 점쟁이의 엉터리 점괘에 덩달아 불쾌해 합니다
점은 미신에 불과한건데 괜히 점을 보았다고 그 돈으로 맛있는 삼겹살이나 먹을 걸 그랬다고
점 같은 건 다시는 보지말자고 언니는 동생의 눈치를 살피며 지나가는 말로 슬며시 다짐을 두었지요
이상하게도 며칠이 지나고 또 지나가도 그 돌팔이 점쟁이의 말이 귓가에 쟁쟁 거립니다
또 의심이 소로록 소로록 솟구치는데 그럴때마다 설마 설마하며 착실하고 듬직한 남편을 떠올립니다
아 그런데 점쟁이의 말이 사실임을 알게 된 것은 얼마지나지 않아서 였지요
그 하늘같은 착실한 남편이 같은 아파트단지에 사는 예쁘장하고 키가 다소곳 약간 작은 아주머니 하고 바람이 난 것이었어요
청천하늘의 날벼락도 그런 날벼락은 없다며 방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망연자실 천정만 쳐다봅니다
이과장은 손이 발이되도록 빌고 빌어 사태를 수습하였지만
하늘이 두쪽이 나더라도 다시는 이런일 없을 거라며 각서까지 쓰고서야 아내의 용서을 간신히 받아냈습니다
그 돌팔이 점쟁이는 이과장의 아내에게는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로 탈바꿈되었습니다
뭔 일이 생길적마다 점집을 찾는게 일상이 되어 버렸지요
나중에 알고보니 이과장의 로맨스는 이미 아파트단지에서는 소문이 퍼질대로 퍼진 오직 그 아내와 가족들만 모르는 일이었어요
이웃은 왜 이과장의 외도를 쉬쉬하며 가족에게 알려주지 않았을까?
이과장과 바람난 그 아주머니도 멀쩡한 가정주부였다는데 말입니다
하여튼 그 돌팔이 점집만 노가 났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