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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술

jaye syo 2012. 7. 29. 01:01

- 코를 꼭 쥐고 입안에 탁 쏟아 그냥 꿀꺽 삼켜야 해 -

 

내 오랜 친구의 아버지는 몇사람을 모아 커다란 창고를 지어 정부양곡을 보관하는 업으로

몸은 고단하지만 비교적 부유하게 가정을 돌보았다

친구는 20세 전후 군입대를 앞두고 아버지의 일을 돕겠다고 창고의 출납을 착실하게 보조하였다

창고지기들이 모두 아버지의 친구분들이고 동내 어른들이라서

처음에는 어렵고 조심스러웠지만 몇개월 성실하게 일을 하다보니

젊은녀석이 기특하다며 어른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였다

 

구씨는 자기집에 오래 묵은 좋은 뱀술이 있다고 자랑하였다

그 말에 창고지기들의 눈빛이 반짝이며 일제히 구씨를 부럽게 바라보는 듯하였고

급기야 건강을 표나게 챙기는 소씨는 아직 남아있냐고 은근히 묻기도 하였다

 

일감이 없어 뜸한날은 잡담이 오가며 온갖 패담이 난무하기도 한다

더운 여름날 보신에는 뱀술이 그만이라면서 집에 꽁꽁 숨겨놓았던 그 비장의 뱀술을

구씨는 자랑스레 들고와서는 김이 새면 효과가 떨어지니까

코를 단단히 틀어쥐고 단숨에 꿀꺽 삼켜야한다고 으름장을 놓듯 말하며 차례대로 딱 한잔씩 돌렸다

첫잔을 받아든 식탐이 남다른 박씨가 그 좋다던 뱀술을 한입에 털어넣고

갑자기 자리에서 총알처럼 일어나더니 밖으로 튀어나갔다

체격이 좋은 이씨가 둘째잔을 받고 박씨처럼 한번에 입안으로 털어넣더니 박씨와 똑같이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영문을 몰라하며 셋째잔을 받아든 내친구는 왜그럴까 의심이 하면서도

입안에 털어넣었다가 앗뿔싸 이래서 박씨 이씨가 말한마디 못하고 뛰어나갔구나

의아해진 소씨는 그제사 웬일인가 따라 나가보고서야 그 진위를 알게 되었다

박씨와 이씨 그리고 내친구는 한쪽에 나란히 구부리고 구토를 하느라 웩웩대고 있었던 것이었다

뱀술이 지독하게 상해서 그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다

 

입안에 넣는 순간 말로 형용할수없는 역한 맛에 그만 도저히 참을 수없는 구역질이 나더라는 것이다

 

"내가 대통령이 되어야만 한다"고 목청이 터져라 외치는 사람들을 보며 만감이 교차한다 

"꼭 내가 대통령이 되어야한다"는 사람을 별생각없이 뽑았다

아 이번엔 누가 되건 비상식이 아닌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