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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봉

jaye syo 2011. 8. 11. 19:58

내 이럴줄 알았어

범강 장달같은 놈 둘이서

지가 뭐 팽생이라도 되는 양

내 늑골을 부러트리려

부르르 떨며 누르더군

내가 누군가?

그간 갈고 닦은 수신의 공력이

그리 호락한 줄 아는

못된 인간들에게

그리 쉽게 무너질 수는 없지

아 나도 이제 마지막이로구나!

더 이상 버텨봐야

"다음 생에서는 네가 나로 태어나고 내가 너로 태어나자꾸나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중얼 중얼  지랄하며

내 늑골을 짓누르는

인간같지도 않은 놈들에게

희열의 수고만 더할뿐

아 이제 가야겠구나!

그래 내생(來生)에는

반드시 네놈과 같은 인간으로 거듭나서

닭으로 태어난 너에게

늑골 부러지는 고통이 어떠한 것인가

꼭 인지시켜주마

잘 쳐먹어라 이놈들!

 

부릅뜬 눈 지긋이 감고 한번 몸서리 치더니 질기게 버티던 커다란 숫닭은 늘어지고 말았지요

펄펄 끓는 물에 풍덩 전신욕을 하고는 털이 뽑히고 내장 다 발라지고 통째로 찜솥에 들어 푹 고아지고 .....

 

 

비가 줄창와서인지 저 바위덩어리 위에 물흐른 흔적이 역역합니다 

 

사바세계를 굽어보니 모든 것이 모래알 같습니다 

 

마구 깍아내어 어접한 건축물을 짓느라 혈안입니다

 

비온다던 날 푸른 하늘은 반갑기만 하지요

 

예전에는 상상도 못한 일들이 아주 손쉽게 이루어집니다

 

거대한 바위에 소박하게 기도처를 세우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말입니다

 

천년묵은 고목을 잘라내고 그 자리에 세웠나 봅니다

 

헬기를 이용하여 모래를 올렸지요

만장봉 아래는 수난을 면치 못하였습니다 

 

육이오가 끝나고 거의 폐허가 된 절간을 수리하려 춘성이 잘랐다는 귀한 소나무를 지금도 공공연히 베어내는군요

 

예전에 바위아래 자연 토굴을 이용해 무문관을 만들었던 것 같은데 언제 이러한 건물이 세워졌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곱게 절하는 모습을 보고 셧터를 누른 순간 사람의 움직임이 더 빨라 이모양이 되었지요

죄송하게 시리 ......

 

절간 천정에 빼곡하게 붙어있는 소원성취의 명단중에 가장 안쪽에 독립되어 붙어있군요

얼마나 더 잘 살려고 ......

그래 특별히 너희 둘만 천년만년 부귀를 누리며 잘 살거라

 

천원이랍니다

그것도 낼려면 내고 말려만 말라는 식입니다

냈지요

아침도 못먹고 올라갔는데.....

 

저 늙수구레하신 보살님의 궁둥이가 비슷한 것 같았습니다

 

졸지에 인간의 뱃속으로 무여열반한 숫닭의 기상이 이러하였는데 ....

  

무조건 복을 빌라는 것이겠지요?

 

그대 막걸리 먹으러 오시라

이렇게 빈다면 이루어질라나?

 

만장봉아래 청동불보살님들께 빌께요

그대 늘 건강하시라고......

 

만장봉에 만장이라도 늘어진 것일까?

원한을 품고 열반한 뭇생령들의 위로가 이곳에 있어서 일까?

 

- 그대가 몹시 그리운 날 도봉에 올랐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