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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

jaye syo 2010. 11. 12. 23:57

이른 오후

노란물이 들대로 든 집채만한 은행나무 위로

먈간 하늘에 예쁜 내님 눈섶같은 달이

바삐 걷는 나를 빼꼼이 보고 있을 줄이야

농익은 가을 황홀한 단풍잎이 아니었던들

눈치나 챘겠어요?

 

황금 카펫 같았던 들판이 황량해지고

뉘엇지는 해처럼

마로니에 공원 긴의자에 수그리고 앉은

반쯤 생기가 빠져나간 그림자

비둘기 가지에서 똥싸는

아람들이 노랑물든 은행나무에 걸쳤어요

 

해뜰무렵엔 청소부

사이사이 넋나간 행려 꽤좨좨한 사람들

오전엔 짹짹거리는

발랄한 어린학생들 단체로 몰리고

한낮엔 말쑥한 신사 숙녀

해질녘 발랑까진 여자애들 단골흡연 터

 

초승달 마로니에 공원위로 지나며

어줍잖은 색소폰 연주에

설익은 기타 그저그런 가창력

벼라별 주정뱅이를 지그시 보고

네시쯤 하루 한끼 급식에

꾸역꾸역 몰려드는 서글픈 인간들 또 보고

 

쥐 스무마리가 어이없게도

호랑이처럼 가오잡으며 뽐내고

호랑이(시민)들은 또 어이없게도 쥐들을 허탈하게 보고

한컷 시사만화가 풍자인줄 알았건만

종묘공원 허접한 노인들의 모임터

진짜로 울타리를 쳤어요

 

눈가림 눈속임만 하면 땡인줄 아는 쥐들의 놀음

 

오늘 쥐 스무마리 때문에 교통지옥을 맛보았습니다

하필 쥐들 때문에 길을 막다니....

 

쥐들 눈에 서울에 노점상 거지 노숙자만 안 보이면 대한민국 선진국

눈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