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대박물관 골목에는
아침마다 참새떼가 모여들어요
심성좋은 아저씨가
날마다 빵가루 먹이를 듬뿍 주거든요
높다란 담벼락에
일렬로 앉아 내려다 보다가
지나는 사람 없을라치면
일제히 하강하여 급하게 먹이를 먹고
행여 인기척이라도 나면
화들짝 놀라 동시에 공중부양을 하지요
멀리도 안 가고
또 담벼락에서 기회를 엿보아요
이화장에서 충신시장쪽으로 난 샛길
진숙이네 쌀집은 참새의 친정 같아요
팔다가 땅에 흐트러진 낫알을 모아
하루에도 몇 차례 가게앞 마당에 뿌려주지요
셀수조차 없는 참새떼 한꺼번에 몰려 와
째잭이며 포식을 합니다
무심한 자전거라도 한대 지나치면
순식간에 양옥건물 지붕위로 날아올라요
가뭄에 메뚜기떼 습격 같지요
인심좋은 주인 아주머니
톡톡 뛰며 좋아라하는 참새를
그윽한 미소로 바라보아요
시장이 하는 일은 요상도 하지요
불경스럽게도 경복궁 대문앞에
거대한 스키 점프대를 얼기설기 만들어
누가 보아도 사상누각의 시정업적을 뽐내고 있어요
잘 하는 짓이지요
4대강사업이란 것이 분명
저 쓸데없는 짓거리에 불과하다는 걸
만인이 볼 수 있도록
유비적 실체로 우뚝 세워놓았으니 말이예요
저 막대한 비용으로
용산참사의 아픔이나 달래주었더라면
참 좋은 시장이라 했으련만
광화문앞을 지나다가
갑자기 불쑥 솟아난 구조물에
눈 똥그래지고 입 딱벌어져
시도 때도 없이 화들짝 놀라는
참새무리에 불과한 소시민의 무기력에
자괴감마져 들어
얄밉게 약아빠진 참새들이지만
은연중 동병상련의 동통으로
박물관 골목의 인심과
쌀집 주인의 인심은
곧 천심이리라
우째 서울시장은 쌀집 아주머니만도 못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