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구비구비 기암괴석은
모두 다 영암이고
무속인 무당이보면 다 신령님이요
천황사 도갑사 스님이보면 다 부처님
야소교인의 눈에는 모두가 성모요 성부요 성자
그윽한 영기는
만월이 솟을 즈음
천개를 씌운 듯 가득하다지
소문에 왕인도 영암의 영기를 한몸에 받았다나
맑은날 사선으로 쏟아지는 강렬한 빛은
양지 한쪽으로 선명한 형상을 드러내고
그늘진 음지에 암울한 서기를 뽀얗게 뿜어낸다
저건 목 짤린 거대한 불두를 단위에 올린 것 같고
단애에 묘한 굴곡으로 그려진 험상궂은 표정은
속세의 인간에게 깃든 마를 쫓아내려는 사천왕쯤이려나
저 갈라진 틈에서
집채만한 커다란 돌덩이 뭉뚝 떨어져나간 흔적은
풍만한 여성의 하체를 상징한다면
그 아래 길게 누운
뾰족하고 둥근바위는
빳빳하게 꼴린 영낙없는 남근이렸다
멋대로 갈라지고 쪼개지고
켜켜이 포개져 풍상에 시달린 유려한 기암
이미 해탈의 경계에 다가서고 있었다
누군가가 쌓아놓고 올려놓은 것 처럼
꼭 인공의 작위인 것 처럼
신령한 바위들은
틀거지를
정말 멋대로 틀고
월출산 가득 메우고 있었다
영암
그 곳엔 부처님 자비의 마음이 서리고
예수님 사랑이 서려
태고의 신령들이 품에 안아 보듬고
하늘님이 굽어보아
드넓은 푸른들에 늘 풍요를 안겨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