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잠결에 전화가 울립니다
꿈속에서 님을 만나 어우러지는 중이었는데 놀라 깼지요
장인이 돌아가셨다는 친구의 전화였어요
여기저기 전화로 알리고 몇사람이 미리 만나서 서울역으로 향합니다
궂은 일로 부산엘 가는 것이지만 호상인지라 오히려 마음은 가볍습니다
구포에서 내려서 택시를 타라나요?
못가는 친구들은 부조금을 대신 부탁한다며 역으로 전화를 해옵니다
졸지에 기계에서 칠십만원을 인출하였는데 수수료가 천이백원이라네요
친구는 자리를 잠깐 비워도 된다며 자갈치시장에 있는 명물횟집으로 자리를 옮기자는군요
광어 도다리 한접시에 6만원
우리의 식성으로는 일인분이나 될까?
달콤합니다
역시 회는 명물횟집이 최고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산에는 처음처럼이 없고 모두가 시원이라는군요
오랜만에 시원소주 한잔에 맥주 두잔을 마시고 얼굴이 벌개졌지요
해삼 멍게 한접시를 비웁니다
또 광어 도다리 한접시를 시켜서 와사비 간장에 초고추장에 살짝찍어 다 먹었어요
입가심으로 지리 한대접이 나오는데 형용할 수 없는 미감이 입안에 맴돌아요
자갈치시장은 급속하게 줄어드는 부산인구에도 아랑곳 여전히 붐비고
싱싱한 생선의 비릿하고 풋풋한 냄새가 코끝을 스칩니다
예전의 화려하고 생기 넘치던 남포동은 쓸쓸한 기운이 감돌아 격세지감입니다
어렵게 구포에서 입석이나마 구해 놓아서 부랴부랴 부산역으로 달려가
고속전철을 타고 엉거주춤 이음칸에 의지하여 서울까지 왔어요
내님을 보랴던 꿈이 산산히 부서진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