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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문

jaye syo 2009. 4. 28. 00:33

이미 텅 비어버린 곳간이라 여긴바에야

빗장달린 문인들 소용있으랴만

그 누가 들락거린들

가져갈 것도 남길 것도 없는

구멍 숭숭 뚫린 허허롭고

변변찮은 내 마음의 방에

소리 소문없이 들어와

얌전히 앉아있는 그대를 보고

신기하게도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오

오래전에 걸어두었던 빗장이

세월에 부식되어

사월의 미풍에 풀린줄도 모른체

의식과 무의식의 중간쯤에 달린

허물어진 내 마음의 문을

용케 알고서

알게 모르게 들어와

순순이 앉아있는 그대를 보고

발칙하게도 사랑이란 말을 되뇌었다오

하늘이 두쪽나랴던 장담이

삭아풀린 빗장사이 틈새로

그대의 날숨처럼 새나갈 즈음

내 마음의 문을

닫아보기도 하고

전능하신 하늘님 마냥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다 지워보기도 하지만

다소곳 앉아있는 그대를 보고

망칙하게도 사랑한다고 속삭였다오

목수일을 했던 예수를 불러다

문을 다시 짤까?

심리의 대가 싯달타를 불러다

말끔하게 수리를 해볼까?

상식과 합리의 달인 공짱구를 불러다

격에 어울리는 창문이라도 낼까?

심난한 이내마음 아랑곳

눈하나 깜짝않고 앉아있는 그대를 보고

하늘에 사랑은 위대하다고 외쳤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