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입김 서리는 날 아침
대학로 아람드리 은행나무는
애벌래 같은 꽃망울을
무더기로
살기 머금은 꽃샘추위에
떨궈내고
처지고 오그라들고
삼년차 애마 에스엠세븐
경쾌하게
깃발 든 일본사람 울굴거리는
율곡로 돈화문앞을 떠 밀려 지나는데
맑은 날 소나기 내린 뒤
초가 처마에 맺혔던
서너개 물방울 똥 똥
청량감의 맑은 소리
모짤트의 피아노협주곡 23번이
지독한 외로움을 담지하고
저 깊은 폐부를
실연 마냥 울리며
감미롭고 차분한 선율로 이어져
궁궐 숲 뭉실 뭉실 연두잎새
너울 너울 사월 사월 춤을 출새
사월의 내님
짖궂은 농염에 애타고
그리웁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