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 자전거도로를 혼자 달리는 사람의 뒷모습을 힐끔보며 물빛 부서지는 중랑천변을 지난다
군데군데 청둥오리가 떼지어 해바라기하는 양 옹기종기 있고
저짝편 도로는 벌써 자동차의 물결이 넘쳐 마비 직전에 이르러
눈이 오리라던 하늘은 청명하야 햇살마져 포근한 봄볕을 뿌리는데
지난밤 꿈속에선 비몽사몽 옛사랑이 몰려와 몸살을 앓게 하더니
잠깐 깨어났다 설풋든 새벽잠에는 먼 그녀가 까탈을 부리고는
아직 눈에 남아 한강하구를 거슬러 중랑천을 배회하는 회갈매기를 따라 날아가 버린다
차례상은 부지런한 마누라가 다 봐놨는데 분가한 아들 며느리 늑장을 부린다
조상신에게 떡국을 올리고 흠향을 한참 기다리는 중 마누라 딸 며느리쪽에서
뽕~ 하는 헛바람소리가 들려 무심코 시집온지 일년도 안 된 며느리를 보며 너냐? 하였더니
세 사람은 떼굴떼굴 구르다가 마누라 게면쩍게 나야 하는 바람에 또 구른다
차례상앞에서 웬 오도방정이람?
늘 엄숙하던 분위기였다가 저 소동에 조상님도 오랜만에 좀 웃으셨을라나?
화살은 또 내게 온다
괜한 며느리 면박주고 시치미 뚝 뗀다고
아니 시집와서 방귀 잘뀌면 부자가 된다고 해서..... 하였더니 또 웃고 난리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엔 인라인 한번 못타본 것 아냐?
뭔 아파트를 이렇게 빼곡히 심어놓았는지
인수봉이며 도봉 수락봉이 다 가려져
그나마 살짝 트인곳으로 우뚝 우이(牛耳. 인수봉의 옛이름)나 도봉이 나타나면
장관을 감상하랴 숨 한번 고르고 또 내달리고.....
올해는 틈나는대로 중랑천변을 인라인으로 달려보리라
반가운 얼굴 자주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