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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그네스

jaye syo 2008. 12. 14. 00:10

"어린아이가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거기에 있던 수녀님이 저아이가 아침기도를 했느냐? 묻기에

저애는 아침기도를 하지않습니다 하니까

수녀님은 아침기도를 하지않아 사고를 당해 죽었다고 하더군요"

 

종교의 굴레는 인간의 이성을 옥좨는 올가미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그네스의 여린 감성은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넘나들며 수녀원의 금기를 깨고 아이를 낳아 목졸라 죽이고는 휴지통에 유기합니다

모든 것을 알고있는 원장수녀 미리암은 하나님의 커다란 품으로 아그네스를 감싸지요

법정에 선 아그네스의 정신상태를 진단하기 위해 정신과 의사인 리빙스턴이 그를 심문하며

원장수녀 미리암과의 종교적인 마찰을 일으킵니다

리빙스턴은 아이를 죽인 사람이 아그네스가 아닌 다른사람일 것이라는 개연성을 추궁하면서

끈질기게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냐를 집요하게 묻습니다

공포에 짓눌려 갈팡질팡하는 아그네스의 답변에 리빙스턴은 최면요법을 도입하여 기억을 살려내려 하지요

 

인간은 자신의 무지를 끝없이 되풀이해서 대물림하고 있어요

 

미리암은 이미 인간의 혹독한 아픔을 다 격은 사람이었고 리빙스턴 역시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할줄 아는 사람이었어요

하나님의 사랑을 미리암은 실천하려 하였다면 리빙스턴은 인간이성의 사랑을 증명하려 했습니다

아그네스를 두고 두사람의 첨예한 대립은 인간의 모순을 극대화로 치닫게 하기도 하고 또 화해도 합니다

신에 대한 이성의 승리를 보이는 듯 하지만 결국 하나님의 사랑을 빙자한 종교의 굴레를 강요하는 듯한 인상이지요

인간에게 도덕이란 뭘까요?

인간의 자유의지를 인간이 규정한 도덕이란 틀에 꿰어 철저히 억압하는 족쇄가 혹시 아닐까요?

남녀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티격태격 살다가 늙어 죽는다 이것이 과연 인간의 자유의지 일까요?

종교의 굴레를 양어께에 걸머지고 인간의 모든 욕망을 누르고 하늘만 바라보다가 죽는 것이 진정한 삶일까요?

 

인간은 몸이 아픈 것 보다는 마음이 아픈 것이 더 큰 병이더군요

마음이 아픈 것은 왜일까요?

모르겠어요 모르겠어요 모르겠어요

아그네스의 절규가 눈물을 자아내게 합니다

속깊이 맺힌 울결을 풀어놓는 아그네스의 저 몸부린은 어쩌면 모든 불행한 인간의 몸짓이 아닐른지....

 

아그네스는 인간의 무지를 대변합니다

 

결국 정신병원에서 죽어버린 아그네스를 보고 의사 리빙스턴은 신을 거부한 자신을 질책하며 통곡합니다

 

안타깝게도 윤석화는 목소리에 힘이 빠진듯 합니다

하지만 역시 대배우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지요

미리암역의 한복희는 인간의 모든 잘못을 포용할줄 아는 아량있는 연기를 기막히게 소화해내고 있어요

애띠게 보이는 전미도는 아그네스역을 전율이 일어날 정도로 훌륭하게 표현하는군요

오랜만에 연극다운 연극을 보았습니다

 

공기의 흐름마져 정적에 싸여 한줄기 조명이 흐르는 무대에서 리빙스턴이 피워대는 줄담배 연기가 하늘하늘 서서히 퍼집니다 

담배연기가 적막함을 가려주는 묘한 소품으로 진가를 높여주고 있어요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나는 매우 불편하였구요

 

한편으로 이 연극은 남자들의 깊은 성찰을 요구하며 고발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성별을 따지는 일은 금기에 속할까요?

남성성의 하나님을 부지불식간에 모든 인간에게 주입한 것이 불문율로 정착된 것은 아닐까요?

아그네스 미리암 리빙스턴은 무책임한 남성들에 의해 짓밟힌 것은 아닌가하는 것이지요

저 아름다운 무지의 백치 아그네스마져도 남성의 ........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위대한 남성의 .....

한없이 아름다움을 탐하는 남성들의 욕망의 희생이 아닐까? 모르겠어요 정말 모르겠어요

 

정미소 1월 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