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귀에 소리통을 매달고 다닙니다
나는 전철을 타면 가방에서 작은 책자를 꺼내 목적지까지 눈을 거의 떼지않고 들여다봅니다
소리통
청계천을 무심코 지나다가 상자곽같은 작은 가게에 진열된 에프엠라디오에 발길을 멈춰요
점원이 반색하며 찾는 물건이 있느냐 묻는군요
고개를 살래 흔들고 지나쳐야 되는데 유행이 되어버린 귀에 달고 다니는 소리통의 유혹을 못이기고
덜커덩 거금 사만칠천원을 호객에 능한 점원의 성능이 아주 좋다는 말에 혹하여 지르고 말았습니다
음악을 너무 좋아하는 탓에 앞뒤 재지도 않고...
귀에 척 걸쳐봅니다
국악방송에서 김연수명창의 판소리 심청가가 구성지게 흐르는군요
가족이 모처럼 외식 한번하자고 조릅니다
지난주 일요일 출근을 하였다가 부장님께 허락을 받고 점심시간에 모이기로 했지요
아들부부가 먼저 와서 있다가 소리통을 매달고 나타난 나를 보더니 의아한 표정입니다
라디오를 자랑삼아 보였더니 바가지 썼다고 하는군요
그러면서 삼성에서 나온 엠피쓰리가 집에 있는데 주겠다고 하네요
듣고싶은 음악을 주문하랍니다
세상에 행복한 인간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순간의 행복감이야 누구나 느끼겠지만 인간에게 지속적인 행복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었지요
그렇다고 불행만 있는 것도 아닐겁니다
무념무상으로 일하며 살 수 있다면 아마도 행복에 가깝지 않을까?
그대로 인해 설래임이 왔어요
아! 행복은 설래임이 아닐까?
어쩌면 그 설래임은 암암리 켜켜이 쌓였다고 느꼈던 불행을 한번에 다 날려버릴 수 있는 묘약이 아닐까?
사람은 사랑을 해야합니다
사랑이 없는 사람은 행복의 자격이 상실된 사람입니다
眞 善 美에서 선은 미에 속한다고 합니다
아름다움은 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善 대신에 모험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화이트헤드는 주장합니다
설래임은 어쩌면 인간의 영원한 모험으로의 충동인지 모르겠습니다
모험은 완성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기도 하지만 완성은 또다른 미완성일 수밖에 없다고도 말합니다
완성은 죽음이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행복이란 끝없는 모험의 과정이라는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인간의 설래임은 아름답습니다
카라얀전집이 있는데 그것을 저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였더니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아들의 대답 알았다고 하네요
젊은이들의 유행을 쫓아갑니다
- 화이트헤드 과정철학의 이해. 문창옥지음. -
이책에서 생각을 빌려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