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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jaye syo 2008. 11. 12. 22:28

혜화동과 성북동사이 오래전에 성곽을 잘라내고 길을 내었습니다

길가엔 시루봉길과 마찬가지로 노랑물이 화사하게 물들었지요

아침햇살은 낙산에도 비춰 이화장 뒷마당의 단풍을 한층 붉고 투명하게 조화를 부려놓아요

골목길 좁은 계단을 오르고 드디어 청명한 가을하늘이 온전하게 인왕과 북악을 덮어

남산아래 즐비한 회색건물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서울의 도심에도 새소리가 있어요

바위를 이불처럼 덮고있던 담쟁이는 하루사이에 탐스런 잎을 다 떨구었군요

다닥다닥 붙은 저 빨간열매는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국화는 서리가 오는 줄도 모르고 만발하였습니다

좀더 오르면 성곽입니다

뒷걸음질친다고 운동이 더 되랴만은 그래도 느긋하게 뒤로 걸으며

삼성이 지은 공중에 덩그러이 매달린 건물과 창경궁 너른 숲의 알록달록 단풍을 굽어보지요

겸재의 인왕이 어찌 재동만의 전유물이랴 낙산의 중턱에서 바라보는 저 인왕의 가을 머금은 맛은 원경의 백미이리라

북한산 인수봉을 바롯해  삼봉이 보이고 성벽넘어 도봉산 오봉에 만장봉이 보입니다

불암산은 일명 불알산이라고도 한다지요?

늘어진 불알이 거꾸로 있는 듯 해서라지요 아마?

아 가을에 물든 서울이 이렇게 아름답군요

그래서 신동엽은 저 빌딩을 다 갈아엎어 보리를 심고 싶다고 하였군요

"하늘(天)이 언제 말을 하더냐? 말이없어도 사시(四時)는 그렇게 운행하는 것이란다" 

공자님의 말씀을 새겨봅니다

한가해지면 승가사에 올라 근원의 눈으로 다시 살펴야겠어요

기지개를 펴고 석성의 틈으로 성밑을 보니 성밑에 낡은 집들을 진짜로 갈아엎었네요

만감이 교차합니다

잘 지은 집과 오래된 낡은집

성북동 남향 비탈의 저 널직한 부자들의 호화주택

그나마 팔자타령이 없었더라면 강제철거당하는 쓰라림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

균등하지 못한데서 가난이 오고 균등하면 편안하다는 공자의 말이 지당합니다

낙산의 소소한 가을단풍이 참 아름답습니다

 

내님의 청아한 모습이 저 하늘가에 어른거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