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의 만찬으로 배때기의 평수가 늘어났다
- 스승의 날인데 어찌 그냥 넘길 수 있으리요
섭지코지의 격조있는 싱싱한 요리가 차례로 상에 오른다
식탐을 경계하였는데 스르르 무너지고 야금야금 과식의 선을 넘는다
큰술 두개의 분량으로 죽이 나오고 싱싱한 회가 먹음직하게 등장하고
딱새우 해삼 멍게 갈치회모둠이 나오고 고등어구이가 나오고 갈치조림 새우튀김이 나오고.....
일년에 한두번은 꼭 나를 놀려대는, 그것으로 위안을 삼는 얄미운 분이 전화로 스승의 날을 핑계삼는다
어제의 과식이 아직 남아있는 듯 한데 책 잡히지 않으려면 그 원을 풀어주어야 하기에
파크뷰에 예약도 없이 가서 또 무식하게 먹어댔다
꼭 한접시만 먹으리라 어떠한 유혹도 매몰차게 뿌리치리라
그래서 첫 접시에 수북하게 담아와서 천천히 먹기 시작하였는데 운명의 장난이 가혹하다
평생을 괴롭히는 그놈의 식탐
食色이 문제라고 식색을 경계하라고 성현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가르쳤어도
또 다짐에 다짐을 거듭하여 맹세를 하였건만 눈앞의 진수성찬은 이성을 가차없이 뭉갠다
뷔폐는 가면 갈수록 손해다
과식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파크뷰의 뷔폐는 너무도 유혹적이다
후회가 밀려온다
예가의 정갈한 토속음식은 질리지않아 과식으로 연결된다
오랜만이라며 푸짐한 상에 후식이 과하다
두리안을 내오고 하와이에서만 난다는 견과를 내온다
그래도 용케 과식의 선을 넘기지 않았는데 두리안 때문에 그만 넘고 말았다
꾸리한 냄새를 풍겨 먹어보지않은 사람은 선듯 맛볼 엄두를 못낸다
하지만 뒷맛이 고소하여 한번 맛을 보면 자꾸 땡기는 것이 두리안의 특색이기도 하다
점심이 과하여 소화를 시킬겸 청계천엘 가서 시장을 돌고
5가 다리위에서 물길을 내려다 보니 팔뚝만한 메기가 유유히 꿈틀거리고
장딴지만한 잉어란 놈이 한가롭게 오락가락 한다
도심 한복판에서 대어를 구경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여
손으로 가르켰더니 할머니 한분이 하시는 말씀 이명박이가 청계천 하나는 잘했어 한다
이것만 잘 하면 뭘합니까? 하니 앞으로 잘 하겠지요 하시네?
앞으로 잘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만 하여도 억장이 무너진다
저녁엔 맛있는 떡을 한상자 보내왔다
또 배터지게 먹고야 말았다
미련 곰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