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이 순해지고 그늘에 쌓여있던 눈얼음이 실실 녹아내립니다
그래도 바람이 차게 느껴지는 것은 옛사람들의 말대로 시샘이라치고 맙니다
이화동로타리에서 중앙선을 넘어 골목으로 차를 획 돌렸는데 삐카삐카 사이렌이 울리고
경찰차가 쫓아오며 차를 세우라 큰소리 쳐요
벌금 육만원에 벌점이 있다나요?
딱지를 떼고 장충동 평안도족발집으로 향했지요
댓자 삼만원짜리 두개를 포장해서 돌아옵니다
따끈한 것을 큼직하게 듬성듬성 썰어놔서 몇점 먹으니 배가 불룩합니다
지금은 족발집 분위기가 어떤지 잘 모르겠어요
예전엔 동국대 학생들의 아지트요 영양보충의 원천이었다지요?
낙산은 가벼운 산책코스로는 딱입니다
절개된 돌틈으로 새어나온 실같은 물줄기가 허연 얼음벽으로 변했다가
조금씩 더워지는 햇볕과 기세 꺽인 바람탓에 제살을 깍으며 눈물을 똑똑 떨굽니다
우뚝솟은 숭례문과 삥 둘러쳐진 성벽아래 옹기종기 초가지붕이 야트막하게 펼쳐져있는 서울의 풍경을 그려요
북악이며 남산이며 산천은 유구한데 인간의 작위는 변천을 거듭합니다
저 높다란 건물들을 과연 어찌해야 할 것인지....?
이화장 담장을 끼고 작은 골목길로 내려와요
밀가루 듬뿍 뒤집어쓴 교복이 갈기갈기 찢긴채 험한 꼴로 버려졌네요
교육은 아직 인성이 미정인 어린사람을 不仁이 아닌 仁한 성품으로 함양시키기위한 가르침일진대
하는 짓거리마다 불인한 행동뿐이니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소중한 산하를 짓뭉개서라도 만고에 쓸데없는 운하를 파고야 말겠다는 어리석은 사람을 선택한 마당에
젊은이들의 불인한 심성을 탓해 무엇하리오만
사람의 인정이 너무 매말라 가는 듯 해서요
장충동 족발의 맛이 후덕한 아주머니들의 덕에 변치않았군요
위안을 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