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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

jaye syo 2006. 3. 30. 00:02

고문이었습니다

 

"달래를 좀 캐다 주실래요?"

밥쟁이* 부장님의 주문이지요

마당구석에 소복히 솟아난 실달래를 한삽 푹 떠서

마른 흙 털어내고 식당 싱크대에 대령합니다

 

"다듬어 주세요"

한시간여를 달래와 씨름하고는

(단순작업이라서 지루하지요)

엄마를 떠올려 봅니다

좋은 엄마

하루종일 꼼지락 꼼지락

뭔 일이 그리많아

쉴틈없이 해가 저물었지요 

밥상을 차려내는 일로 평생을 늙으신 엄마

오늘까지도 잔병치레없이 잘 사는 건강함이란게

엄마의 보이지않는 정성의 소산이 아니고 무엇이랴 여겨져요

 

실달래라는 것이 가늘고 여려 다듬기가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묵은 양파의 무른 외피처럼 달래뿌리에 감싸고 있는

물컹한 껍데기를 벗겨내는데

이게 장난이 아니네요

 

3~4년전

지장산에서 캐온 것을 마당에 심은 것인데

봄이면 먼저 싹이 터 새소식을 알리지요

더덕에 삼지구엽초가 지천인 지장산에 남자들의 발거름이 잦습니다

겸사로 실달래 군락지를 발견하고는 좋다고........

 

"설거지도 해주세요"

올리브기름에 한우안심 약간하고

불린 미역을 달달 볶다가 물을 적당히 부어 끓인 맛있는 국

땅에 묻었던 잘익은 김장김치

달래무침 계란찜 깻잎조림 등등

푸짐한 점심을 먹고 주문을 또 합니다

그래서 설거지의 도사가 다 되었지요

 

가사노동의 진가를 조금씩 알아내고 있습니다

 

 

쪽파가 맞나요?

 

 

 

* 밥쟁이 절대 폄하의 말로 쓴 것이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