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이었습니다
"달래를 좀 캐다 주실래요?"
밥쟁이* 부장님의 주문이지요
마당구석에 소복히 솟아난 실달래를 한삽 푹 떠서
마른 흙 털어내고 식당 싱크대에 대령합니다
"다듬어 주세요"
한시간여를 달래와 씨름하고는
(단순작업이라서 지루하지요)
엄마를 떠올려 봅니다
좋은 엄마
하루종일 꼼지락 꼼지락
뭔 일이 그리많아
쉴틈없이 해가 저물었지요
밥상을 차려내는 일로 평생을 늙으신 엄마
오늘까지도 잔병치레없이 잘 사는 건강함이란게
엄마의 보이지않는 정성의 소산이 아니고 무엇이랴 여겨져요
실달래라는 것이 가늘고 여려 다듬기가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묵은 양파의 무른 외피처럼 달래뿌리에 감싸고 있는
물컹한 껍데기를 벗겨내는데
이게 장난이 아니네요
3~4년전
지장산에서 캐온 것을 마당에 심은 것인데
봄이면 먼저 싹이 터 새소식을 알리지요
더덕에 삼지구엽초가 지천인 지장산에 남자들의 발거름이 잦습니다
겸사로 실달래 군락지를 발견하고는 좋다고........
"설거지도 해주세요"
올리브기름에 한우안심 약간하고
불린 미역을 달달 볶다가 물을 적당히 부어 끓인 맛있는 국
땅에 묻었던 잘익은 김장김치
달래무침 계란찜 깻잎조림 등등
푸짐한 점심을 먹고 주문을 또 합니다
그래서 설거지의 도사가 다 되었지요
가사노동의 진가를 조금씩 알아내고 있습니다
쪽파가 맞나요?
* 밥쟁이 절대 폄하의 말로 쓴 것이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