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레스호텔 뒷편에 있답니다. 다녀 오세요 -
자료를 챙기는 일은 번거로워요
부장님은 미안해 하며 심부름을 시킵니다
비오는 날 자동차로 강남을 넘나든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리석은 일 같아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혜화역에서 전철을 타고 충무로에서 한번 갈아타고 고속터미널까지 갑니다
"이미자선생님댁이지요. xx연구소에서 왔습니다"
"아 예 들어오시지요"
- 막걸리를 주전자에 담아 열심히 나르던 아이였는데 그때도 노래를 잘했지 -
풍문인지도 모르지만 예전에 파다하게 떠돌던 소문입니다
칼라스만 세기의 목소리인가요?
우리민족의 세기의 목소리는 단연 이미자 일겁니다
소략한 자료를 챙겨 다시 전철을 탑니다
갈아타는 충무로역이지요
귀에 들려오는 익숙한 멜로디에 발길을 멈추고 소리의 진원을 찾아봅니다
남미 페루의 작달만한 체구의 사내들이 나발불고 북치고 기타치고......
선율이 아름답습니다
그들의 음악적인 정서는 우리의 음감과 상통하는 무엇이 있는 것 같아요
경쾌한 듯 하면서도 울적한 끈적임이 짙게 배어나와요
한참을 넋빠진 모양새로 이들의 연주를 감상하다가 지갑을 열어보니 19.000원 밖에는 없습니다
이들의 CD의 값을 물으니 20.000원이랍니다
맘씨좋은 아가씨가 "드릴게요" 하면서 CD를 건네 줍니다
Sisay of Korea
몇년전 혜화역에서 같은 이름을 보았는데 사람이 달라요
극단적인 이야기 같지만 칼라스 이후에 칼라스를 대신할만한 사람이 아직 없다고 단정합니다
세기를 주름잡은 성악가는 아니지만 우리의 대중가수로서 이미자와 같은 목소리는 아직 없습니다
알지못하는 사이에 벌써 67세가 되셨습니다
팔팔한 목소리가 어제 같은데.......
헤아릴 수 없이 많이도 달리더니만 떨구는 것도 무수합니다
참새며 까치 어치들이 날아와 쪼아댑니다
마당의 감나무는 새들의 잔치상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