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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jaye syo 2006. 3. 21. 00:25

20년이 훌쩍 넘어 기억이 가물하다

중년의 아주머니가 반갑스레 인사하는 바람에

생뚱맞게 어리둥절 대관절 뉘시길레?

"어머! 정말 모르시나 봐?"

옆에 있던 처남댁이 나선다

"야가 내 동생이요"

 

토요일이라지만 정상근무를 해야하는 직장인지라

조카의 결혼날이라 해도 참석이 불분명하여 전날까지 망설였지요

6시 새벽같이 출근하여 오전 일과를 마치고

마누라랑 딸이랑 전철을 타고 부천웨딩홀엘 갔어요

바로 아래 처제의 딸이 혼례의 주인공이라서

처갓집 친지들로 북적였습니다

사는게 뭔지 바쁘게 살다보니 그간 내왕이 뜸했지요

뷔페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는데

큰처남댁하고 조근조근 얘기를 나누던 여자분이 인사를 해요

영산포에서 오토바이뒤에 타고 서울까지 왔다며

그때 22살이었는데 지금 마흔 여덟이니 몰라보는 것도  당연하지요 합니다

"아! 생각이 납니다

그럼 그때 뒤에 타고 오면서 힘들다고 울던 ......?"

"네 그래요 오다가 부여에 들러 낙화암도 구경하고 그랬지요

지금은 부천으로 시집와서 여기서 살아요"

 

장사란 것이 손님에게 온통 시간이 맞춰져야 하는 것이라서

일년내내 꼼짝 못하고 가게에 매달려야 합니다

역마살이 살짝 끼인 듯한 팔자를 타고 났는가

우리에 갇힌 것 같은 답답증이 가끔씩 찾아들곤 해서

일년에 한번 추석때 고향 논산을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250cc 오토바이를 한대 샀어요

80년대초 서울을 벗어나 저 충청도를 거쳐 전라도쪽으로 가다보면

잘 포장된 도로에 자동차가 별로 없었지요

오토바이 타기가 그만이었습니다

처가가 나주였기 때문에 내친김에 나주까지 간 것인데

영산포에 살던 큰처남에게 들렀다가 거기에 와있던

철모르는 젊은 아가씨 오토바이를 타고싶다 하여

기왕에 서울로 바로 올라갈 거 차비도 아낄겸 같이가자 했지요

좋다고 따라 나섭니다

"엄청 힘들텐데...."

"괜찮아요 한번 싫컷 타보고 싶어요" 

 

담양고개쯤 넘을 무렵 후회를 합니다

전주쯤에선 고속버스를 탄다고 하네요

부여에서 점심을 먹고 낙화암에 올랐다가 정 힘들면 버스를 타라했더니

그냥 가보는데 까지 가보자 그래요

해가 떨어질 무렵 수원에 도착하였는데 눈물을 뚝뚝 흘려요

이렇게 힘들줄 몰랐다며 다시는 오토바이 타지않겠다고 합니다

 

처음 출발할 때 편하게 가려면 내등에 착 붙어

두팔로 나를 감싸안고 자세에 힘이 들어가지 않게 해아한다고 일렀건만

행여 몸이 닿을까봐 뒤로 잔뜩 뻣대고 하더니

아마도 몸살께나 앓았을 겁니다

 

여하튼 반가워서 포옹을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