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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jaye syo 2006. 7. 11. 01:02

종로6가

도매서점이 골목에 빼곡히 있는 곳

소싯적에는 더 많은 점포가 있었는데

그나마 명맥을 잇고 있음에 지금도 변함없이 애용한다

허영만의 식객을 사려고

단골집에 문의전화를 하니 12권까지 나왔다며 준비해 놓겠단다

영양수제비 점심으로 한그릇 비우고

흩날리며 쏟아지는 장대비를 허름한 우산으로 가린체

충신시장을 가로질러 터덜터덜 걸어서

종로통을 보행신호에 따라 건너간다

골목에 들어서서 우산을 접고 가게문턱에 섰는데

사장님 먼저 보고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오셨네"하고 반긴다

앞손님 공손하게 마무리하여 보내고

주문해 놓은 식객 12권을 비에 젖지않게 잘 포장해서 건낸다

"요즘 어떤 책을 읽으세요?"

"예?"

"보시는 책이 어떤건지 한번 읽어보려구요"

"아 예~"

바쁘다는 핑계로 솔직히 책을 읽는 일이 좀 뜨문뜨문 했다

가끔 전철을 탔을때 보려고 얼마전 비싸게 주고 산 휴대가방에

이성의 기능 한권을 넣어 틈틈이 보는 것이 전부다

"출간 했을때 후딱 건성으로 본 것 같아서 다시보기로 이성의 기능을 보고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어려운 책은 잘 못봐요"

"그렇게 어려운 책은 아닌데요 번역서라서 볼만 할겁니다"

"그래요? 그럼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없으시면 제가 한권 갖다드리고요"

"아니 저희집에 있습니다 꼭 읽어 볼게요"

 

빗발이 수그러 들었다

책무게가 만만치 않네?

소싯적에 들었던 물음이 고스란히 살아난다

넌 어떤 책을 보고있니?

최초 이성으로부터 이러한 물음이 내게로 전해지던

그때에 지독한 독서의 습관이 시작된 것은 아닐까?

서점주인의 느닷없는 물음이

새삼 저 오래된 습관을 부른다

한동안의 게으름이 부끄럽기도 하다

아무래도 저 서점엘 자주 가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