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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농탕

jaye syo 2006. 5. 26. 23:10

강남

큰길 건너편에 웅장한 무역센타가 있다

공연이 길어져 때를 놓친 저녁을 먹으려 두리번 거리다가

허름한 건물에 설농탕이란 간판이 눈에 띤다

이럴수가 ! 

덜씻은 내장을 삶은듯한 지독한 냄새가 풀풀 풍기는 국물을 

오지 뚝배기에 담아 내온다

억지로 먹고는 (그것도 국수와 고기 몇점만 건져먹고 국물은 그대로 남겼다)

서둘러 사무실로 돌아왔다

 

 

설농탕은 정말로 정갈하게 만들지않으면 안된다

반드시 뼈와 고기를 초벌로 푹 고아 그 국물을 내버리고

고기와 뼈를 깨끗하게 씻은 다음

새물을 부어 다시 고아야 하는데 아깝다는 이유 하나로

이 과정을 생략하기 때문에 꾸리한 냄새며 노린내가 폴폴 나는 것이다

또 냄새를 없앤다며 야리꾸리한 첨가물을 섞기도 하고

화학조미료를 범벅으로 넣기도 한다

 

탁하고 뿌연 국물이 아니라 맑고 뽀얀 국물의 고깃국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재료가 좋아야하는 것은 두말 할 나위도 없고

 

우전차를 우려 한모금 하면서

지독한 설농탕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가장 도드라진 표현은

 

"국물이 꼭 돼지가 목옥한 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