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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

jaye syo 2025. 5. 1. 15:11

감악산친구는 단나물이라고 "미나리싹"을 캐주며 산에 심으라고 합니다. 

덤으로 "삼지구엽초"도 몇 포기 주더군요.

이틀 전 우리 산에 심었는데 그보다 먼저 심은 고추모가 

생기를 잃은 것처럼 누렇게 변했어요.

수분이 잘 빠져나가는 토양이라서인지 조금만 가물어도 표가 납니다. 

산비탈 같은 곳을 오르락내리락 물을 길어다가 줘야 하는데 

힘도 들고 장비도 부실하여 물주는 걸 포기하고 

될 대로 되라지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답니다. 

 

아침부터 비가 오는군요. 

내일부터 온갖 나물들이 기지개를 활짝 켤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그동안 옮겨 심어 놓고 수수방관하던 시름이 일거에 소멸되면서

나물천지가 펼쳐지는 풍요의 상상을 하며 비 오는 오후 

따뜻하고 푹신한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편안한 여유를 만끽해 봅니다. 

백수의 행복이란 게 이런 것이로군요. 

 

진한 커피도 향을 음미하며 홀짝 마셔요. 

비가 그치면 또 느릿하게 산엘 가서 

분묘한 나물들의 생육상태를 살피고 

비싸게 사다 심은 "미인"고추의 새 땅에 적응하는 모습을 

주역에서 말하는 둔屯괘의 어려움에 비교해 보겠지요. 

비 오는 날의 향긋한 커피는 피할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