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악산친구는 단나물이라고 "미나리싹"을 캐주며 산에 심으라고 합니다.
덤으로 "삼지구엽초"도 몇 포기 주더군요.
이틀 전 우리 산에 심었는데 그보다 먼저 심은 고추모가
생기를 잃은 것처럼 누렇게 변했어요.
수분이 잘 빠져나가는 토양이라서인지 조금만 가물어도 표가 납니다.
산비탈 같은 곳을 오르락내리락 물을 길어다가 줘야 하는데
힘도 들고 장비도 부실하여 물주는 걸 포기하고
될 대로 되라지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답니다.
아침부터 비가 오는군요.
내일부터 온갖 나물들이 기지개를 활짝 켤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그동안 옮겨 심어 놓고 수수방관하던 시름이 일거에 소멸되면서
나물천지가 펼쳐지는 풍요의 상상을 하며 비 오는 오후
따뜻하고 푹신한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편안한 여유를 만끽해 봅니다.
백수의 행복이란 게 이런 것이로군요.
진한 커피도 향을 음미하며 홀짝 마셔요.
비가 그치면 또 느릿하게 산엘 가서
분묘한 나물들의 생육상태를 살피고
비싸게 사다 심은 "미인"고추의 새 땅에 적응하는 모습을
주역에서 말하는 둔屯괘의 어려움에 비교해 보겠지요.
비 오는 날의 향긋한 커피는 피할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