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웅녀

jaye syo 2023. 5. 13. 22:26

- 선생님 오후에 시간 되시면 저녁식사 같이 해요. 제가 살께요.

 

일찍부터 서둘러 산엘 갔어요.

산소 주변에 잡초를 뽑을 겸해서 물망초를 옮겨 심으려 간 것이지요.

오후 1시쯤 전화기에 문자가 뜹니다.

뭔 일일까?

궁금증이 일었지만 풀 뽑기에 열중합니다.

 

의정부 고산떡갈비가 좋다며 안내를 하는군요.

하여튼 맛있게 잘 얻어먹고..... 정년이는 후식으로 커피는 나보고 사랍니다.

이사를 한다네요.

그동안 벌 일 없이 잘 지냈냐. 아이들은 탈없이 건강하냐. 등등...

소소한 일상의 의문들을 다 묻고, 다 풀고 하였지요.

 

커피집에는 실물크기의 커다란 곰인형이 손님의자에 앉아있어요.

100kg이 훨씬 넘을 듯한 앳띤 처자 넷이서 번갈아 가며 곰인형에 기대 사진을 찍어요.

불현듯 단군신화가 떠오릅니다.

곰이 100일 기도 끝에 웅녀로 변해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절묘하게 지금의 저 곰을 끌어안고 웃고 즐기는

곰같이 뚱뚱한 아이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까지 이어집니다.

보고 있는 내내 웃음이 절로 났어요.

단군신화의 웅녀는 그림에 표현되는 아주 예쁘고 가냘픈 모습이 아니라

저 아이들처럼 거구에 무척 뚱뚱한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상상됩니다.

요즘의 웅녀는 밝은 표정 하며 천진난만한 모습이 귀엽기만 하군요.

 

과식을 했나 봅니다.

전철을 탈까 하다가 천천히 걸어서 도봉동까지 왔어요.

전철로 10여 분의 거리인데 걸어서는 두 시간 가까이 걸리는군요.

 

오늘은 신화 속의 웅녀를 본 날입니다.